내꺼내/글싸기 55

수오재기

형이 수오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 나는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데 지킬 이유가 있을까? 했다고 한다. 이리 뛰어들고 저리 뛰어들고 했다. 그러나 그 도망가버린 나를 쫓아 도착한 곳이 결국 유배지였다. 나만큼 쉽게 도망가버리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얼마나 중요한지 한참을 나중에야 깨닫고 정약용이 형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으로 보인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내가 만약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정약용의 깨달음을 더 배워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에는 아무리 좋은 생각과 마음을 품었다 하더라도 넘어지고 고꾸라지는 일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처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이해된다..

내꺼내/글싸기 2021.02.02

같이 성장

나는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혼자 사는 것보단 같이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외로울 것 같아서, 그다음엔 이 세상은 사람이 만든 곳이고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고, 또 그다음엔 대화 나누는 게 좋아서였다. 지금은 같이 성장하고 싶어서 같이 살고 싶다. 실천하는 연습이 부족했던 탓에 생각만 많이 하는 안타까운 상태로 오랜 세월 보내게 됐다.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나아질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뭔가 동아줄이 내게 와주는 것을 기다리게 됐던 것 같다. 그런 상태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외부 자극으..

내꺼내/글싸기 2021.02.01

한 달 간 뻗은 번개

산란 시기가 된 연어가 된 마냥 근원을 찾아서 보이지 않는 몸부림을 쳤다. 나도 알지 못하는 새에 몸부림을 쳐왔던 것이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물꼬를 트자 모든 제약을 부숴버리고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내게는 힘이 있어 펄떡이고 있던 것이다. 다만 근원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근원에 닿았다고 생각이 들만큼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내 안에서 일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게 되어있다는 듯 급격하게 뻗어나갔다. 번개가 치는 모양이 유사하지만 같을 수 없고 모두 다르다. 나는 그런 번개 중에 하나가 된 것처럼 뻗어나갔다. 그렇게 또 뻗어나가 나중에는 나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스터디를 시작하게 됐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에..

내꺼내/글싸기 2021.01.31

진리의 탈을 쓴 혼란

세상에 대해 혼란을 가지는 부분 중에 '당연한' 것이 있다. 어떤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어떤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막상 당연하지 않을 때의 충격은 배신당한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벗어나서 보려고 하는 편이다. 어떤 것을 누구인가 주장한 어떠한 내용이라는 식으로 인식해본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곳에 활용할 때, 효과를 보는 것에 대해 '가치가 있거나 효과가 있다.' 이 정도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편적'인 지식이 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없다면 나에게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사람에게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해서 생겨난 것이 꽤 많다고 들었다. 첫인상..

내꺼내/글싸기 2021.01.30

자연

자연을 보면 이유 모를 뭉클함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일상에서 접하지 못한 자연을 볼 때 신비로움을 느낀 경우가 많다. 특히 웅장함을 느낄만한 광활한 장면을 마주할 때 특히 그렇다. 그리고 미세한 세계를 사진으로 접하는 것에서도 그렇다. 보면 볼수록 자연은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류현상, 물의 흐름으로 인한 강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퇴적과 침식, 융기와 침강 등을 보면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다. 사람의 호르몬 체계도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근데 유독 사람의 사고는 좀처럼 내림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지금은 어쩌다가 물을 사 마시게 됐을까? 물이 오염돼서 식수로 쓸 수 있는 게 줄어든 걸까? 아니면 분업의 일종으..

내꺼내/글싸기 2021.01.29

털 연대기

최근 혼자 의도치 않게 부쩍 자라 자타의 시선이 가게 되는 것이 있다. 수염에다가, 남자인데 길게 자란 머리카락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성장의 한계가 궁금해지는 코털이다. 코털도 좀 눈썹처럼 보다 짧은 길이에서 멈췄으면 좋겠는데, 왜일까 아주 천천히지만 코 바깥으로 나올 정도로 길게 자라는 거 같다. 뽑고 있긴 한데 아프고 간지러워서 재채기 나오고 그런다. 뽑는 건 위험하다고 하니 다른 방법으로 바꿔야겠다. 어린 시절부터 수염이 나는 게 멋지다고 생각해서 얼른 수염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 내 턱 부근에서 혼자 길게 자란 털 하나를 보며 뽑았는데, 그랬던 내가 지금은 거의 덥수룩 난다. 수염도 굳이 따져보자면 '머리'카락이다. 잘 관리해준다면 다양한 연출을 해줄 수 있는 효과가 있어서 좋다. ..

내꺼내/글싸기 2021.01.28

상쾌한 아침

지금 행복하지 못하는 데 내일이라고 행복할까? 지금 기분이 좋지 못하는데 돈 많이 벌 미래를 생각한다고 내일 기분이 좋을까? 나도 잘 모른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내일이 기대되는 '오늘'을 지금 당장 살고 싶다. 마시멜로 따위 그냥 좀 먹으면 어떤가. 아침에 일어날 때 어둡고 우중충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것만큼 끔찍한 게 없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면 자연스럽게 내일이 기대될 것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먼저 감정에 집중해보자. 내가 어떤 때에 기분이 좋고,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안 좋은지를 알아보자. 그리고 그 기분을 적절히 활용해서 내 하루를 내 힘으로 내 취향껏 직접 꾸며나가 보자. 지금 주어져 있는 단 하루만으로, 내 의지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

내꺼내/글싸기 2021.01.27

우선순위

삶은 유한하다. 하루도 유한하며 길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 많을 수도 있다. 누구든지 빠짐없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공통점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이겠다. 해야만 하는 일만 해도 넘쳐나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거 하려고 하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이런 상황에 처한 우리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정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와 '내가 처한 상황'을 아는 것이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 우리에겐 항상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계획해야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우선순위와 비중을 정해야 뭔가 작은 거라도 이뤄내기 더 수월하다..

내꺼내/글싸기 2021.01.26

재도전

나는 꿈이 컸다. 이상이 높았다. 이상의 '날개'처럼 이상을 상상하면 날개가 돋는 듯 어딘가 간지러웠지만 나는 날 수 없으며, 그 밑은 낭떠러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근데 지금은 이상의 소설 속 주인공 또한 낭떠러지로 떨어지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재도약을 하겠다는 이상을 꿈꾸며 간지러움을 느꼈던 것이라 생각한다. 흥미진진하고 멋진 상상을 할 때 느끼는 저릿하고 짜릿한 그 감정이 신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간지러움도 있는 것 같다. 알고 보면 겨드랑이가 아니라 가슴팍 어딘가에서 느꼈을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꿨다.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해 고민했고 그만큼 나의 좌절은 컸다. 현실은 많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이 그렇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나는 그걸..

내꺼내/글싸기 2021.01.25

나무 너무 좋아.

나도 가끔 눈물을 흘린다. 영화 보다가 나도 몰랐던 눈물샘을 발견하곤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뭔가, 영원함에 대한 것이나 기다림이나 사람의 순수함과 따듯함 등에 마음이 동하는 것 같다. 초등학생 때쯤 나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왜 그러는지 스스로도 의아해했다. 중학생을 지나면서는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지?'라고 넘기고 말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란을 많이 겪고, 세상의 어지러움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영원함이니 순수함이니 이런 것을 뭔가 사람에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영화로라도 그것을 접하게 되면 눈물이 왈칵 튀어나왔던 것 같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무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내꺼내/글싸기 2021.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