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수오재기

가랑비 2021. 2. 2. 12:31

  형이 수오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 나는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데 지킬 이유가 있을까? 했다고 한다. 이리 뛰어들고 저리 뛰어들고 했다. 그러나 그 도망가버린 나를 쫓아 도착한 곳이 결국 유배지였다. 나만큼 쉽게 도망가버리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얼마나 중요한지 한참을 나중에야 깨닫고 정약용이 형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으로 보인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내가 만약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정약용의 깨달음을 더 배워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에는 아무리 좋은 생각과 마음을 품었다 하더라도 넘어지고 고꾸라지는 일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처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이해된다. 그래서 다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얘기를 해왔나 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은 계속 배우는 존재이다. 그래서 초심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초심이 그대로이면 배움이 없었다고 봐도 되지 않나. 물론, 그 주변이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초심을 뒷받침해주는 것들이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고, 초심에서 더 발전된 생각과 마음으로 본인의 뜻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바꾸는 것은 나를 구성하는 것을 바꾼다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것을 바꾸고, 내가 듣는 것을 바꾸고, 내가 먹는 것을 바꾸고, 내가 행동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나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좋은 상태였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아니라면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 삶의 방향을 결정지어버릴 만큼 강력하다. 잠시 멈춰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갈 곳을 다시 확인하고 가자. 무작정 가도 괜찮다. 대신 내가 가야지, 도망가버린 나를 쫓아 허겁지겁 따라가서는 어디에 도착할지 모를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내가 원하는 삶을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 물론 거창한 게 아닐 수록 더 좋을 때도 있다. 다만 나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 평생 이러고 살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근데 그 자체가 굉장히 스릴 있는 하루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죽을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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