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상쾌한 아침

가랑비 2021. 1. 27. 12:31

  지금 행복하지 못하는 데 내일이라고 행복할까? 지금 기분이 좋지 못하는데 돈 많이 벌 미래를 생각한다고 내일 기분이 좋을까? 나도 잘 모른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내일이 기대되는 '오늘'을 지금 당장 살고 싶다. 마시멜로 따위 그냥 좀 먹으면 어떤가. 아침에 일어날 때 어둡고 우중충한 기분으로 일어나는 것만큼 끔찍한 게 없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면 자연스럽게 내일이 기대될 것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먼저 감정에 집중해보자. 내가 어떤 때에 기분이 좋고,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안 좋은지를 알아보자. 그리고 그 기분을 적절히 활용해서 내 하루를 내 힘으로 내 취향껏 직접 꾸며나가 보자.

 

  지금 주어져 있는 단 하루만으로, 내 의지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것만큼 엄청난 것이 이 세상에 더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는 결국 내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굴러가는 것은 맞겠다. 하지만 역으로 '나'에 의해 세상도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없이는 이 세상도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회의 규칙같이 지켜야 할 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사람의 고유한 가치가 무시된다면 그 사회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확장되어서 개개인의 '가치'가 존중되면서 이뤄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내'가 중요하다. 나를 위해서 사회나 집단 같은 것들은 잠시 제외해보자. 나는 누굴까?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뭘 좋아할까? 하나같이 쉬운 질문이어야 할 것 같은데 어렵다. 최근에는 다들 이런 의문을 생각할 겨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나와 집단을 떼어놓고 보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가벼운 질문으로 가보자. 내 마음이 어떨 때 변화가 일어나나? 나는 어떤 것을 할 때 기분이 좋은가? 어떤 상황일 때 기분이 안 좋은가? 현재 겪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최근 겪은 것을 되돌아보고, 과거로 돌아가 본다. 내 감정은 어땠나? 아무런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그럼 예전 나의 사진이나 일기 같은 기록들을 뒤져봐도 된다. 이 조차도 어렵다면 다른 방법으로 나중에 다시 다뤄보겠다.

  내가 과거 경험에서 좋았던 기억은 손으로 뭔가 만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다시 그 기억을 꺼내서 손으로 뭔가 만드는 활동을 했더니 여전히 좋았다. 과거 당시에는 훨씬 더 본능적인 것에 가까웠다.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 날 기분 좋게 했던 것이다. 달라진 점은 내가 뭔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자존감을 얻었던 것 같다. 이렇게 경험들을 놓고 더 생각해보니 위 상황에서 둘의 공통점은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좀 더 꼼꼼하게 만지는 게 좋았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부터 자연에 의해 형성된 매끄러움이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매끄러움 같은 것에 매혹된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골룸이 절대반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아마 그런 매끄러움을 내 손으로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내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 중 고무동력기가 있었고, 그 꼼꼼함 덕에 나름 깔끔한 작품이 나와서 대회도 참여하고 그랬다. 고무동력기 덕에 수학 과학 이런 분야에 흥미를 느낀 계기가 됐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지내다가 아이언맨을 접하고는 환상을 품게 됐던 것 같다. 그래 봤자 나에겐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큰 기대를 가지지도 않긴 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가 다시 돌아왔다. 로봇 분야로 가고 싶다는 건 내게 여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것이었다. 이 부분이 상당히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었는데, 최근 풀어냈다. 그래서 굉장히 기쁜 순간들을 최근 많이 겪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내 삶에 얽힌 문제를 풀어내는 이것도 능력인 거 같더라. 이 둘의 공통점을 정리해봤더니 단순히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게 컸던 것 같다. 지금 내 삶이 행복하지 못한 것과 불편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치열하고 지저분한 싸움이었다. 

  이젠 방법을 터득했으니 정리하고 발전시켜서 활용하면 된다. 그렇게 지금 벌써 한 달째 글을 쓰고 있으며, 한 달도 넘게 달리기를 하고 있고, 나름 전공 스터디도 꾸준히 해오고 있는 편이다. 하루에 1시간이 채 안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최근 독서마저 시작하기로 마음먹고선 벌써 2권째 읽고 있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책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귀납적으로 파악하고 내가 지난 8년간 알게 모르게 고민해온 개똥철학을 적절히 활용해 내 삶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내 인생 내가 꾸려나간다는 게 그게 주인공이지 뭐가 주인공이겠냐 이 말이다. 남의 인생 살아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그래 봐야 병으로 끝날 거다. 나는 내 인생에 충실하면서 그 과정에서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면서 사는 것을 추구하면 될 것 같다. 

 

  세상에 의심이 그렇게도 많던, 의문도 셀 수 없이 많던 내가 이것마저도 절충안을 가지게 됐다. 내 마음에 질문을 던지고 글로 정리한 것이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는 나름의 성장을 맞이하고 있다. 내 가슴팍에 있는 줄도 몰랐던 불씨가 살아났다. 정신이 맑아진다.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그려진다. 그것부터라도 하다 보면 점점 더 개선점이 보이고, 수정해나간다. 발전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전에 비해 빠르게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대로 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곧 이대로 살면 되겠다는 확신으로 발전한다. 아침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은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다. 아침에 스르륵 일어나 오늘 하루의 상쾌함을 조금씩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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