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우선순위

가랑비 2021. 1. 26. 12:31

  삶은 유한하다. 하루도 유한하며 길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이 많을 수도 있다. 누구든지 빠짐없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공통점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이겠다. 해야만 하는 일만 해도 넘쳐나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거 하려고 하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이런 상황에 처한 우리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말은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정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와 '내가 처한 상황'을 아는 것이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좋은 지표가 된다. 

 

  우리에겐 항상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계획해야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우선순위와 비중을 정해야 뭔가 작은 거라도 이뤄내기 더 수월하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보통 눈에 작업물이 보이고, 웬만큼 하다 보면 비교적 쉽게 능숙해질 수 있다. 근데 그게 '공부'라면 좀처럼 쉬워지는 걸 느끼기도 어렵고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아무리 하고 해도 한 게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한 때 몇 번 계획 세우고 하는 것을 해봤고,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정말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매 학기 시작할 때 계획 세우는 것을 시도해왔더라는 것이다. 매번 실패하면서 말이다. 

  이번엔 정말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잠시 멈추고 나를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쓰기를 우연히 채택하게 됐고, 그 덕에 나를 돌아보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생생하게 갖게 됐다.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내용들을 말이다. 그렇게 허공에 떠다니는 단어들을 붙잡아 문장으로 만들어 내니 내 머릿속에 단단히 붙잡히고 있다. 그 덕에 수많은 내용들을 더 진전시킬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낼 수 있는 기회를 폭발적으로 얻었다. 

  그 새로운 아이디어 중에 하나가 바로 내 마음에 대해 살피는 것이었다. 이것은 절대 새롭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와서 새로워진 것일 뿐이다. 진부하고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내용이 단지 내가 볼 수 있게 됐을 뿐이다. 닫혀있던 내 귀가 감겨있던 나의 눈이 열리게 나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달되니 안 들으려야 안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도하게 됐던 나의 마음에 던진 질문들이 나를 살렸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열 개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버텨왔나 싶을 정도로 더욱 폭발적이었다.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며 살아왔고, 그만큼 감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이루는 것은 이성만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기를 느낀 점과 생각 위주로 적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여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직도 여전히 감정을 경시하고, 무시하고 있었다. 내 감정이,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질문하고 내가 답하는 게 미친놈 같을 수 있다는 점 잘 안다. 이 과정은 나를 살렸다. 나에게 질문한 것이 나를 이해해주는 작업이 됐다. 나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이런 마음이 유치하고 어린아이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무시하고 제압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더 다뤄보도록 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해야 하는 것, 안 해도 되는 것들이 파악이 됐다. 나에게 그동안 굉장히 신경 썼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심지어 이기적이라고까지 생각했었는데, 사실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나를 상당히 몰랐던 것이다. 감정을 무시하고 살면서 '사람'이 되려고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를 좀 더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계속해서 글쓰기와 나의 마음에 질문하는 것을 할 예정이다. 생에 연이라곤 없다고 생각했던 독서도 최근 시작하게 됐다. 옆에 누가 있지도 않은데 방에 혼자 있는데도 누가 날 도와주는 것 마냥 든든하다. 그러다 보니 공부가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들리기 시작한다. 

 

  나에게 질문해라. 나의 마음이 어떤지를 잘 알 수록 방향이 잡힌다. 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나의 마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자. 그게 쌓이면 내가 갈 길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게 뭔지 찾게 돼있고, 뭐가 제일 필요한지도 알게 될 것이다. 우선순위 또한, 세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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