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자연

가랑비 2021. 1. 29. 12:31

  자연을 보면 이유 모를 뭉클함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일상에서 접하지 못한 자연을 볼 때 신비로움을 느낀 경우가 많다. 특히 웅장함을 느낄만한 광활한 장면을 마주할 때 특히 그렇다. 그리고 미세한 세계를 사진으로 접하는 것에서도 그렇다. 보면 볼수록 자연은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류현상, 물의 흐름으로 인한 강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퇴적과 침식, 융기와 침강 등을 보면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다. 사람의 호르몬 체계도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근데 유독 사람의 사고는 좀처럼 내림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지금은 어쩌다가 물을 사 마시게 됐을까? 물이 오염돼서 식수로 쓸 수 있는 게 줄어든 걸까? 아니면 분업의 일종으로 봐야 할까? 공기도 사서 마시게 되는 경우가 조만간 생기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미 17년도에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했었고, 몇 달 전에는 의약외품으로 승인받고 재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이미 12년도에 해외에서는 파리의 공기, 베를린의 공기 등 향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홍보문구로 판매를 시작했으며 현재도 파는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도심에 살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거나 고향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며 사 마시는 셀럽이 있다면 따라 사게 될 사람도 충분히 많지 않을까 싶다.

  탄소발자국을 인증제도로 사용한 것은 영국에서 2007년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킬링 곡선(Keeling Curve)이라는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이산화탄소가 계절의 순환과 별개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이런 걸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위기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어서 언급해봤다. 사람은 역사적으로 어리석음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꽤 많은 경우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학습해왔다. 이미 실패한 뒤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로 해석되지만, 앞날을 대비하기 위해 잃고서라도 고치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명의 발달로 편의를 얻게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언제나 그랬듯 공존은 외쳐지고 있지만 행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가 않은 듯하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은 물론이며 사람과 사람의 공존은 더욱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공존이 피워지는 장면은 또 매 순간 존재하는 것 같다. 상사를 같이 욕하면서 친해지는 동료애, 같은 적을 둔 사이처럼 힘을 합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당장 급한 적을 먼저 해치워야 서로 사는 것을 서로 인지할 경우에 잠시나마 합의점이 잡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의 환경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이 이렇게 발전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과 비슷하게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항상 가져왔다. 내 안의 본능적으로 샘솟는 욕구가 2가지가 있었다고 인지했는데, 하나는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이고, 하나는 자연과 어울려 사는 수렵채집 수준의 삶에 대한 환상을 품었다. 한 때 이 환상이 현실 도피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언젠가 시도할 꿈 중에 하나이다. 라이언 킹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다면 'Circle of Life'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제목이 너무 화끈한 나머지 읽게 됐던 책이 '채식의 배신'이었는데 나로서는 굉장히 흥미진진한 결론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삶은 순환한다는 말이 사람도 죽어서 자연의 일부로 남아 순환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릴 적 먹이사슬이라고 피라미드 구조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결국 무한히 사는 존재는 이 세상에는 아직 없기 때문에 피라미드 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에 올라가려고 노력해봤자 정점에 서봤자 결국 소멸하게 돼있다. 어차피 죽을 거 왜 사냐는 얘기가 아니다.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해봐야 내려올 길만 남아있을 거라는 말이다. 그게 자연이고, 사람이 아무리 '인위'적으로 살더라도 자연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순환하게 되는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순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멍하니 살면서 이유 모를 혼란에 쌓여 있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다시 삶을 살아보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나아가면 나만의 흐름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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