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진리의 탈을 쓴 혼란

가랑비 2021. 1. 30. 12:31

  세상에 대해 혼란을 가지는 부분 중에 '당연한' 것이 있다. 어떤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어떤 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막상 당연하지 않을 때의 충격은 배신당한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벗어나서 보려고 하는 편이다. 어떤 것을 누구인가 주장한 어떠한 내용이라는 식으로 인식해본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곳에 활용할 때, 효과를 보는 것에 대해 '가치가 있거나 효과가 있다.' 이 정도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편적'인 지식이 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없다면 나에게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사람에게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해서 생겨난 것이 꽤 많다고 들었다. 첫인상으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 이분법적 논리 그리고 흔히 접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나는 신기하게도 그런 것들의 안 좋은 점들이 많이 보이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않으려 애쓰게 됐다. 나는 지금껏 꽤 많은 사람을 만나온 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 자체가 새로웠고 그 자체에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서 좋아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앞서 말한 효율적인 것들을 버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을 뿐이었다. 조금 덧붙이자면,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부분이 사람에 높은 비중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목표를 좀 더 나아가서 인격 존중으로 두고 있다. 강연 하나와 대학 수업이 나의 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 물은 진짜 100도에서 끓는가에 관한 내용의 강연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강연 중에 들은 내용이 꽤 재밌었다. 과학철학이라는 단어를 여기서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이 강연자는 어려운 과학 내용을 나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 언급된 패러다임이라는 단어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예를 들어 지구가 중심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상당히 길었는데, 결국 그것은 깨지게 됐다. 많은 사람이 진리라고 생각했을 법한 내용이 깨지는 것에 대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했다고 알려진 '그래도 지구는 돈다 말이 설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자체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을 법하다. 강연자 분이 한 이야기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명한 입지 덕에 이론이 수많은 세기를 넘어가면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지구중심설도 결국 '틀린' 내용이라는 점도 굉장히 흥미롭다. 지금 알려진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진리'라고 받아들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에 나름 유명한 교수의 교양수업에서 들었던 재밌는 과학사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뉴튼의 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관한 내용이다. 혹시나 해서 다시 언급하지만, 과학적 사실을 깊게 알고 하는 말은 아니며,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주의해도 좋다. 아인슈타인은 정통 이론들에 통달했고, 그곳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그것을 개선한 이론을 찾아낸 것이다. 따져보면, 뉴튼의 법칙은 결국 틀렸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물리 시간에 만유인력을 공부하는 이유는, 여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에까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적용하기엔 가성비가 안 좋다는 점이다. 단순히 뉴튼의 법칙이 어디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어디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비슷한 과정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 같다. 과학이 진리인 것처럼 우대받는 데는 문명의 발전을 이뤄줬기 때문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진리로 인식하는 것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을 넘어서 어떠한 '지식'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는 나중에 더 설명해보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접근하냐. 수능 비문학 풀어본 사람이면 모두 알 수가 있을 것이다. A, B 그리고 C 등이 주장한 a, b 그리고 c 각각의 의견 이런 느낌으로 듣고, 그 각각의 내용이 어디에 효과가 있다고 보는 방식으로 '지식'을 수용한다. 그러니 자연스레 출처를 밝힐 수밖에 없게 되는 효과도 있다. 내 오래된 생각들도 분명 출처가 있었을 텐데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혹, 내가 작성한 글들이 어떤 유명하신 분의 이러한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어 보인다면 슬쩍 일러주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누가 주장한 어떤 내용이 진리인가에 대한 부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신에 그 누가 주장한 어떤 내용이 나에게 실생활에서 겪는 상황에 적용할 때,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나는 그것에 가치를 느낀다는 것뿐이다. 내가 특정 분야에 몸을 담을 것은 아니다. 내가 효과를 얻는 것에 가치를 느끼는 게 사람이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것 또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말장난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러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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