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국궁

(16일차) 숫깍지, 힘

가랑비 2021. 7. 26. 10:54

숫깍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깍지가 필요해 선배님에게 뿔로 만든 암깍지를 하나 받아서 썼었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막 썼는데 너무 살이 눌리는 게 아파서 여쭤보니 갈아서 쓰는 거라고 하셨다. 그걸 또 그제야 알았다. 그래서 그냥 갈았다는 티만 나는 정도로 했는데도 확연하게 덜 아픈 게 티가 나니까 신기했다. 그렇게 나한테 맞다고 생각돼서 계속 써왔다. 암깍지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지의 배(?) 쪽에 굳은살이 배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하고 쓰고 있었다.

  계속 활터에 출석을 하며 다른 분들 쓰는 것을 보니 암깍지 쓰시는 분이 없었다. 또, 숫깍지 써야 한다는 말씀도 듣고 해서 묵혀왔던 숫깍지를 꺼냈다. 이것은 선배님이 계시던 정에서 인심 후하신 한 접장님이 선뜻 남는 깍지라며 숫깍지 하나를 주셨던 것이다. 색도, 질감도, 굳기도 이질감을 느꼈던 첫인상은 깊게 박혔다. 이게 뭘로 만들어진 건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흑단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이게 나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색도 이름에 걸맞게 진짜 검은 고동색이다. 또 어떻게 그렇게 매끄러운지 엄청 밀도도 높아서 언뜻 보기에 나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암튼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다. 감사하게 받아서 고이 모셔뒀던 것을 '이번에 한 번 써보지 뭐'하는 생각이었다. 딱, 꺼내서 딱 써봤는데 아 이게 왜 다들 숫깍지인지 알겠다. 편하다. 거리낌이 없다.

 

  이번에는 두 순을 쐈다. 둘 다 1중이었다. 지난 목금에 컨디션 난조와 약해진 상체 힘으로 인해 어깨 인대에 무리가 갔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주말 동안 충분한 조치와 휴식을 취해서 활쏘기에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회복이 된 것 같아서 쏘게 됐다. 줌손의 아귀힘도 완전히 회복이 되었는지 평소 앞나던 게 다 뒤나 버렸다! 줌손이 중요함을 이번에도 느꼈다. 마찬가지로 숫깍지를 쓰다 보니 깍짓손 꾸미(?) 당기는 것도 부담이 없었는지 자꾸 조금 더 당겨버리는 바람에 넘겨버렸다. 아예 1cm가량 덜 당긴다는 생각으로 쏴도 될 거 같다. 그래야 의도한 길이에 맞을 것 같다. 활 화살을 지금 꽤 짧은 것을 써서 그런 건지 고정이 바로 되진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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