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음악

가랑비 2021. 2. 3. 12:31

  음악의 장르나 어떤 노래가 잠시 인기를 얻었다가 사라질 순 있어도 음악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 때 장범준 노래를 자주 들었다. 자주 따라 부르곤 했다. 적절한 난이도의 음을 가진 노래라고 생각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안 듣게 되는 시점이 생기더니 그 뒤로 특별한 자극이 없어졌다. 노래를 듣게 될 때 좋다고 느끼는 과정은 처음에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을 때, 한 번 더 듣게 되면서 가사가 있다면 그 가사를 보게 되고, 가사에도 자극을 느낀다면 여러 번 더 듣게 됐었다. 그게 나한테는 twenty one pilots라는 밴드가 그랬다. 꽤 매력적인 밴드로 다가왔다. 그 밴드의 이름이 새겨진 고무밴드를 항상 차고 다니고 있다. 팬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색깔이 맘에 들어서가 더 크다. 이외에도 자우림하고 백예린 등 여럿 있다. 

  1년이 넘도록 노래나, 영화 등을 찾아보지 않는 시점이 있었는데, 내가 흥미를 느끼는 것들에 집중해서 그렇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 들었던 생각은 '지금 내 삶에 만족할 수 없어서 판타지를 꿈꾸며 자극받기 위해 찾았던 게 아닐까'였다. 나는 그랬던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결심헀던 계기도 되었으니 좋은 발견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노래를 또 우연히 듣게 됐는데, 80년대 레트로 일렉트릭 뮤직 모음이라는 유튜브 영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그것을 듣는 데 갑자기 내 몸이 비트에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가사가 없는 음악이나, edm 노래를 평소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렇게 반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니까 하는 생각으로 '비트에 몸을 맡겨'봤다. 굉장히 짜릿한 경험이 됐다. 이 노래를 들으며 어떤 작업을 하면 굉장히 몰입감을 주는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청소를 하는 데 음악을 들어봤다. 반복동작이 비트에 맞추다보니 재밌어지더라. 대걸레질에 흥이 생겼다. 힘이 생겼다. 청소하는 것에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음악의 분위기에 빨려 들어가서 청소는 단순히 행위로 남게 됐고, 어쩌면 이것도 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까지 영화를 보는 동안 처음부터 노래가 들리거나 멜로디를 기억한 적이 없다. 엔딩이 되어서야 노래가 들렸는데, 자막이나 대사와 시각적인 정보와 서사를 파헤치는 데 에너지를 전부 쓰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두세 번은 반복해서 봐야 노래까지 들려서 더욱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최근 읽기를 시작했는데, 마침 듣던 노래를 멈추지 않고 책을 펼쳤는데, 정신 차려보니 나는 전율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책의 내용이 와 닿은 게 크게 작용한 것이 컸다. 거기에 적절한 음악이 가미되니 그 느낌은 정말 멋졌다. 책을 읽는데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니 영화 보는 수준의 짜릿함이었다. 

 

  그 동안 듣지 못했던 것과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면서 상당히 많은 새로움을 경험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음악이었고, 삶의 질을 향상해줄 수 있는 부분임을 다시 한번 직접 확인한 경험이 정말 좋았다. 이에 더하여 악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언어 말고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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