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가랑비 2021. 2. 4. 12:31

  운동 조금씩 시작하면서 알게 된 단순한 사실이 있다. 뭐든 30분 정도 땀을 흘릴 정도의 활동이면 안 한 것보다 훨씬 몸에 이롭다는 것이다. 운동은 아직도 재미없고 힘든 일로 인식되는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다. 나는 운동은 필수이자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됐든 매일 땀 흘리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한 상황에 조금 색다른 길을 발견했다. 비트감 있는 음악을 들으니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게 되는 데 그게 15분이 넘어가면 온 몸에 열이 오르는 정도가 된다. 비트를 따라가며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반복을 해주고 변형시켜가며 동작들을 하다 보면 멜로디에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일종의 몰입을 느낀다. 기분이 좋다는 결과를 느끼게 된다.

 

  반복동작이 많은 노동의 경우 적절한 비트감을 느끼면 박자에 맞춰서 움직이게 되더라. 그게 방식을 조금씩 간격을 두고 틀어주다 보면 형식을 갖추면서 동시에 새로운 느낌의 동작이 된다. 이것 또한 춤이라고 생각된다. 1~2시간 남짓하는 긴 시간이 아니어서 그랬겠지만, 넓은 곳을 대걸레질을 하는데 꼼꼼히 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딴생각하는 재미가 있어서 금방 끝나게 됐다. 그러다가 음악을 한 번 들으면서 해볼까? 하고 비트감 좋은 음악을 틀어봤다. 적당히 빠른 비트감에 자연스레 대걸레의 머리는 헤드뱅잉 하는 로커처럼 휘날린다. 그 무게를 감당할 허약한 내 팔과 갈비뼈가 드러나는 내 몸은 자연스럽게 열이 난다. 흥이 나는 멜로디를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거기서 오는 감정의 저릿함이 있다.

  나는 틀에서 나와서 다시 다른 방향에서 나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이슈가 됐던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내게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노래에 대해서는 이미 퓨전이 익숙해져서 좋다고 느꼈지만, 춤추는 사람들의 복장에 거부감이 있었긴 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을 느꼈고, 좋게 보이게 됐다. 그렇게 연결되어 보게 된 영상, 안무가 김보람 & 뇌과학자 김대식 '현대무용 창작자 특강'은 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 줬다. 본인의 춤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것은 정말 경외심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는 질문들을 보면 본질로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모든 움직임이 춤으로 보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에게서 얻은 '지식'이었다. 

  배운 게 있으면 써먹는 게 이제 내 좌우명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듣게 된 비트에 몸이 반응하는 것을 느꼈을 때, '뭐 어때' 하며 더 꺼내보기로 했다. 샤워할 때, 대걸레 질 할 때 듣는 그 음악은 내 몸짓으로 재탄생하고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그냥 혈류량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근데 재미를 느낀다는 점이 평소 생각하던 운동과 조금 다르다. 

  몸동작 또한 하나의 언어로 볼 수 있다. 이 관점은 사람의 다양한 표현 방법에 더하여 다양한 대화 수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쓸모없어 보일 수 있어도 충분히 재미있으며 어떻게 보면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팔을 뻗고, 다리를 들며 몸통을 움직여 보는 것으로도 뭔가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그 자체가 재밌다. 가끔은 춤을 추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쓰다 보니 또 생각 나는 게, 악동뮤지션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라는 노래가 참 재밌다는 것이다. 생명이라는 건 참으로 신기 해이예이다. 

 

  누가 보지도 않으니 집에서 혼자 노래 들으며 꿈틀대는 게 은근한 재미가 있다. 아주 잔잔하게 나를 울게 하는 노래에서 혼자 다짐을 하게 되는 비장함으로 무장한 노래, 세상 모든 게 새로워 보이게 해서 짜릿함을 주는 노래까지 아주 다양하게 내 기분이 동기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에 따라 내 몸도 동기화되는 것도 느낀다. 마치 그 노래에 대한 대답을 내 몸짓으로 하는 것만 같다. 노래가 있어야만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꽤나 상호작용하는 언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어떤 노래를 듣고 췄던 몸짓이 있다면, 노래가 없어도 그 춤을 춘다면 그 노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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