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남으로 살 때 소모되는 에너지

가랑비 2026. 2. 14. 15:47

  기본적으로 인간은 신체를 가진 생명이다. 이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 내 안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자연재해 또는 인재 등으로 인해 생명 유지에 혼자서는 어려움이 많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타인과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그 타인으로 즉, 남으로 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 맺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맞추려는 시도는 '나'가 갖고 있는 자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인간은 뇌가소성 등으로 생존 전략을 위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결과로 인간은 외형은 사람이라는 동일한 형태를 가졌어도 신체 조건은 물론이고 그 속은 전 세계 인구만큼의 다양성이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나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으로 살게 될 때 없는 자원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기에 현대 사회에서 번아웃 같은 일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일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도 맞지만 지금의 사회는 꼭 첨단 영역에 서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의에 의해 경쟁의 첨단에 서려고 기를 쓴다. 이 작업 자체가 나의 안에 있는 자원만으로 해결이 되면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타고난 재능'이라는 평을 받으며 부러움을 사며, 따라 할 수 없기에 좌절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래도 여기에도 반전은 있다. 사회는 시대에 따라 구성된다. 시대마다 요구하는 인간상이 따로 있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유명한 '시대마다 주요한 질병이 있다.'는 말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인간상이 대체로 하나인 것처럼 수렴하는 게 문제다. 육각형인재처럼 말이다. 대신, 삼각형인재이더라도 다른 영역의 삼각형인재가 둘이 만나 함께 육각형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남으로 사는 것이 아닌 나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나와 또 다른 존재인 나가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 때만이 신경증적 질환을 겪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남아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면, 사회가 기대하는 바에 미달되어 부적응자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나로 산다는 것은 나 혼자 산다는 말이 아니다. 나라는 의미는 타인과 관계가 유지될 때에 진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내 안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다른 존재인 또 다른 나와 서로 교환하는 작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없는 자원을 만들어 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이미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728x90

'내꺼내 > 글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준이 나에게 있다는 것  (1) 2026.02.20
멋과 타인  (0) 2026.02.18
(감각)-(사고 or 행동)-(감정)의 삼각관계1  (0) 2026.02.12
생각  (0) 2026.02.07
우선순위  (1)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