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기준이 나에게 있다는 것

가랑비 2026. 2. 20. 08:32

  요 며칠 사이에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끈다는 말이 맴돈다. 왜 그런가 생각했더니 자신만의 길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내 방식대로 해석한다면 내 길 대로 가도 세상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믿음 같은 게 생긴다는 의미이다. 더 들어가면 한편 이런 의미도 연결되어 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한다. 꼭 항상 어제의 나보다 좋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거기에 나는 큰 성취와 만족을 얻는 것 같다.

  이 방식대로라면, 헬스 할 때 경험하는 편안함과 유사하다고 느낀다. 헬스 할 때, 근육을 조져야 하는 고통이 있긴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창작해야 하거나 마감에 쫓기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빵빵하게 자극이 들어오는 것, 체력이 다할 때까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그때의 목표고, 명확한 지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기만 하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방법을 알고 그 방법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영어 시험공부를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방법을 배우고, 기출문제를 풀면서 노하우를 쌓아가는 작업을 반복하면 점수가 오른다. 물론 고득점은 아니더라도 성취를 얻을 수 있는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방법이다.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인생 이대로 살면 되겠는데? 하는 느낌이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삶이 바로 그렇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게 지금 있는 것 중에서 독서 및 작문, 운동, 요리, 대화 등은 무조건 포함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이것들과 더욱 친해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낌이 오고 있다. 이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느낌이 말이다. 물론 지금은 겁나게 쫓기는 상황이라 매우 조여지는 상황이어서 더 훈련이 되는 것도 있겠다. 이 마감이 끝나고 나면 보상심리라는 이름으로 이전으로 돌아간다든지 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은 그런 식으로 작동해 온 적이 잘 없다. 

  내 삶은 그동안 감히 말하지만, 속도는 매우 느려도 후퇴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후퇴할 수 있다.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가 비정상적으로 느린 속도로 돌다리 뚜드려가며 건넌 것뿐이다. 말하자면, 후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전진을 하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이 표현은 처음 해보는 것 같지만, '아, 딱 내가 고집하던 것이 이 문장이었구나' 싶다.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진 못했어도 아예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어서(?) 영문을 모른 채 괴로워했던 시기가 참 길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진짜 이 문장 그대로 살아왔다. 다시 느끼지만, 인생에 회의와 불안과 의심으로 가득 찬 강박이 아닐 수 없다. 개고생이긴 했겠지만, 덕 본 것도 있으니 그냥 퉁치련다. 

  그 산물로 판단 기준을 부단히 쌓아왔다고 볼 수 있겠다. 내 삶을 내가 선택해서 살아가는 그런 삶. 그게 무엇이든 그 자체만으로 얻는 이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어느 분기점을 지나거나, 역치를 넘기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더할 나위 없는 순간이 될 것이고, 그날은 언젠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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