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79 돌입

가랑비 2023. 9. 13. 08:41

  지난 두 달이 넘도록 해온 행동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나의 하루에 뛰어드는 날이다. 이것처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한 느낌이다. 일에 집중하기 직전까지, 아침에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잠에 들기까지 등 하루에도 뭔가 큰 변화들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뇌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슨 일을 하기 직전까지 힘듦을 느낀다. 이러한 것 자체가 뇌가 변화를 싫어하는 근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행동으로 뇌를 다스릴 필요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뇌는 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뇌가 가진 특성의 집합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이번 아침에는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눈이 피곤한 날이다. 전날 눈을 많이 썼고, 잠을 조금 적게 잤다. 그럼에도 걷기를 가고 싶고, 습관이 되어 몸이 일으켜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일단 나가는 것을 목표로 했더니 마찰이 없어졌다. 그 이후로는 나의 일상이다. 

  눈이 잘 안 떠질 만큼 피로감이 있는 날에는 눈을 뜨는 힘을 아주 희미하게 둔다. 그러면 꼭, 왼쪽눈만 한 4분의 1 정도 떠지는데, 그 상태로 걸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간간히 짧게 떠서 주변을 살피고 다시 눈을 닫는다. 그러다가 앞에 빨간색으로 주차된 차가 둥 하고 나타나서 놀랐다. 그래서 조금은 앞으로 보이게 고개를 들었다.

  호랑이에게 인사하고, 걸었다 오늘도 곧장 나가야 했기 때문에 따릉이를 데리고 걸었다. 물을 보러 가서도 눈을 감고 호흡을 했다. 호흡을 했는데도 맑아지는 느낌이 이전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을 느끼고 눈을 더 보호했다. 

  그리고 등운동을 하러 갔다. 왼쪽 어깨 쪽이 매번 문제가 생기는데, 어깨가 잘 작동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신경 쓰면서 하고 있다. 전날 수영을 하고 느껴진 감각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보니 비교적 만족도는 적었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작업임을 알기 때문에 재밌게 해 줬다.

  최근 편두통, 오른쪽 눈 문제가 있어서 안과를 갔더니 혈관 문제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운동할 때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등운동을 할 때도 호흡을 좀 더 신경 써서 했다. 활을 낼 때도 숨을 참는 게 아니고 숨구멍을 열어놓는다고 했는데, 이와 비슷하게 해야겠다. 등운동을 할 때 습관적으로 참아버리는 것 같다. 수영할 때도 마찬가지겠구나 싶다. 힘을 줄 때 단순히 참아버려서 머리 쪽에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서 힘은 최대로 낼 수 있게 해야겠다. 

 

  아침걷기를 마친 뒤 돌아와서 식사를 했는데, 언제 눈이 피로했냐는 듯 멀쩡히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시 한번 더 든 생각은, 역시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사이렌의 유혹이 난무하는 곳과 같다는 것이다. 이래서 시작(활동을 위한 지점에 도착)이 반이라는 것이 아닐까. 막상 행동에 옮기면 하기 싫고 귀찮다고 느꼈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니까 말이다. 

  일단 행동해 보자는 것이 이런 생각을 만들어줄 줄은 몰랐지만 큰 깨달음이라 여기고 잘 새기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계속 써먹어야겠다. 최근 들어 계속 시도하고 있는 청소가 또 그렇다. 정말 시작 전에는 막막하기까지 해서 손도 못 댈 만큼 엄두가 안 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종종 '돌입'을 통해 시작점에 도착하고 나니 어느새 즐기고 있는 듯한 나를 발견한다. 특히 설거지가 재밌는데, 비교적 작업이 단순하다.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전부이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 작업이 어떤 장점과 매력이 있을지는 알기 어렵다. 귀찮다고 여기는 작업에 한 번 '돌입'을 통해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작점에 도착해 보고, 해보자. 해보고 나서 그것이 가진 매력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 또한 보물찾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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