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74 매몰

가랑비 2023. 9. 8. 20:22

  세상은 어지럽다. 더럽고 잔혹하고 비열하고 끔찍한 일들이 넘쳐난다. 근데, 그러한 소식들을 우리가 어떤 경로로 접하고 있는가 보자. 어떤 소식이 빠른 주변 인물이거나, 뉴스 같은 미디어를 통한 것이다. 직접 보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 조차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보의 홍수라고 했다. 그런 시점에서 매몰되기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세상의 어지러운 일들만 골라서 보여주는 뉴스를 보며 내릴 수 있는 결론에 선택지는 없다. 그렇게 매몰된 상태에서도 뭔가를 해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매몰된 상태에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뉴스'에 관심을 끄기 시작했고 적어도 나의 정신건강을 지켜내는 데는 성공한 듯 했다.

  하지만 역시 주변 사람들도 매몰되는 상태에 노출되기 너무나도 쉬운 환경이다. 또한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가까운 사이일 수록 정신차려보면 어느새 서로를 매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쉽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몰되고 매장시키는 것을 넘어서는 관점과 믿음이 필요하다. 그게 내가 말하는 장점찾기와 비슷하다. 문제는 넘쳐난다. 그 문제가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면 한 명도 상처 없이 해결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진다. 하지만 가능성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선을 달리해서 문제가 문제로 발현되지 않게 문제를 매몰시켜버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툼이 벌어진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 수록 어려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서로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하여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더욱 이롭다. 

 

  현재 시점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아침걷기를 하지 못할 일이 없어지는 것 같다. 여기에 글싸기까지 연계해서 하기가 조금은 어려울 뿐이다. 아침걷기를 하는 덕에 글싸기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평소 같았다면 멍하니 폰에 갇혀서 시간을 만족스럽지 못하게 소모하는데 그쳤을 것을, 아주 간단한 방법(또는 그렇게 여기는)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다니 멈출 수 없다. 

  호랑이를 보고, 물을 보고, 등운동을 하는 것까지 이렇게 세 가지가 아침걷기 포인트다. 이번 아침에는 내게 주어진 문제가 아주 관심을 많이 끄는 주제여서 생각에 잠기다 보니 정신차려보니 호랑이 앞이고, 정신차려보니 물 앞이고, 정신차려보니 운동기구 앞이었다. 호랑이는 오늘 따라 유독 멋져 보였고, 물을 보면서 문득 요새 새를 많이 못 봤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해줬고 시원했다. 등운동이 약간의 문제를 겪었다. 내가 신체에 문제가 있어서 등운동을 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대신 이를 감안해서 운동해야한다는 것을 간과해서인지 약간의 통증을 느끼게 됐는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인대, 힘줄, 근육 등을 잘못 사용해서라기 보다 구조적으로 잘 못된 것 때문에 생긴 통증이었다. 뼈가 근육을 긁은 듯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약간 의욕이 꺾여서 이전처럼 정확한 자세로 3세트를 마무리짓지는 못했다. 대신 이 운동의 정확한 자세가 무엇인지는 훨씬 더 잘 알게 된 것은 기분이 좋다. 돌아와서 식사도 잘 만들어 먹었다. 

 

  재밌게도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매몰시켜버리는, 관점을 넓혀서 진정으로 나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찾아 결정하는 것이 되고 있다. 아침걷기도 마찬가지로 탄생한 것으로 봐도 되겠다. 나의 무기력함을 없애기 위해서 무기력함의 원인을 따지려 들려면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과정을 밟고 아침걷기를 했다고 한다면 아주 강력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우니 세상이 이 지경이지 않을까 싶다. 그 대신, 단순하게 생각해서 속는 셈치고 꾸준히 유산소 운동 같은 것을 해준다면, 또는 여유를 갖는 걷기 시간을 가진다면, 그 시간이 충분히 누적이 됐다면 아마 그 사람은 많은 문제들의 족쇄에서 풀어졌을 것이다. 또한 그 족쇄를 푸는데 그다지 큰 힘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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