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도움

가랑비 2021. 1. 21. 12:31

  도움도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언도 도움에 포함되는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다. 한 때는 도움 없이 내 힘으로 해보려는 시도를 했던 적이 있었다. 단순하게 나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겁 없이 도전하던 시기가 나한테도 있었다. 의지가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부딪혔을 때 뭔가 안 되는 게 있으면 일단 멈추게 됐는데, 그러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생각이 없이 지낸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근데 딱 하나는 못 놓겠던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었던 것 같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막힐 때, 초반에는 내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한 적이 있었다. 양이 많아지고 내용도 어려워지면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그만두게 됐다. 이런 식으로 의지가 그렇게 오래가는 편은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일단 멈추고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막혀도 도움을 구하지 않고 했던 것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는 의문들을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것도 처음엔 밖으로 꺼냈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것 취급받아서 꺼내는 것을 그만뒀을 수는 있어도 그 의문들은 한번 나타나면 사라질 생각을 안 했다. 다른 것들은 시도했을 때 안 되는 것들이 명확한데 고민하는 것은 잘 안돼도 티가 잘 안 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혼자 생각하기만 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굉장히 터무니없는 생각들이 몇 가지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부분이랑 맞지 않는 것 같으면 잘 안 들으려고 하는 태도가 조금 있었던 것도 같다. 제일 컸던 게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말씀해주신 분이 있으셨는데, 그 말을 나는 필요성을 못 알아채기도 했고, 대화로만 생각을 진전시키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연에 내 인생을 맡기는 느낌이 강했다. 또 하나는, 고3 때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도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강연을 들으러 다니는 적도 몇 번 있을 정도였다. 이걸 심지어는 친구한테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재수생활을 거치면서도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 친구는 정말 공부를 잘했다. 그 친구가 정말 대단한 친구였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을 뿐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집요한 정도가 돼버린 것 같다. 어리석은 것도 집요해버리는 게 문제가 되겠다. 내가 직접 깨닫기 전까지는 의견을 바꿀 생각을 못한다. 남의 말을 듣지 못했다. 이렇게 된 것을 원인을 생각해보니, 세상이 너무 혼란해서 아무나 믿지 못하는 것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나조차도 나를 못 믿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의심했다. 단지 너무 어린 나이부터 그랬다는 게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게 점점 고착화되다 보니 좋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었던 것 같다. 안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들도 많이 있었긴 하다. 

  다행히도 이게 최근 글을 쓰기 시작함과 동시에 많은 좋은 경험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는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글을 쓰며 생각을 진전시키고, 내 안의 제한을 주던 장치들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쓸모없어 보이면 버렸다. 그리고 외부 자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그 덕에 해방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아직도 습관이 남아있는지, 선입견이나 내 속에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배울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커져서 접하게 되는데, 정말 많은 부분에서 자극받아 새로운 생각을 터뜨리고 있는 중이다. 

 

  알아차리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말씀하셨던 상담사 분이 기억난다. 요즘 이 것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되는데, 무심코 지나갔던 것들도 다시 한번 살펴보니 재밌는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마치 돋보기 들고 바닥에 개미 관찰하던 기억이 떠오를 만큼의 수준으로 내 감정과 생각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중이다. 뭔가 새로운 점을 발견하는 그 자체가 너무 재밌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재밌어하는 부분들은 보통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법한 내용들인 경우가 많다.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상태가 되어 있어서 특히, 나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 보이면 보물 찾은 마냥 기쁘다. 이런 것들을 알아냈을 때, 한 때는 마치 내 힘으로 탐구해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짜릿했다. 근데 지금은 나라는 존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온전히 나 혼자만의 것으로 이뤄진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도움이나 외부 자극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인트를 캐치해내거나, 연결고리를 찾거나 흔히 '융합'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리라. 이렇게 나는 나의 관점이 충분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중심을 찾은 상태가 됐다고 느낀다. 그 덕에 더 도움을, 외부 자극을 수용하려고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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