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꾸준함도 결국 결과다.

가랑비 2021. 1. 19. 12:31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을 느끼고 싶은 기대감에 눈이 떠질 것이다. 오늘이 재밌어야 내일도 설렌다. 그게 하루, 이틀 그리고 쭉 쌓이는 게 꾸준함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것을 그려보고, 멋진 모습을 상상하고 하는 것들은 결국 다 결과를 그리는 것이다.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거의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반박하기 어렵다. 일단 천재성은 논외로 해보자. 근데 꾸준함도 결국은 결과다. 

 

  글쓰기,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계속하고 있었다. 공부는 그렇게 안 되면서 이건 왜 이렇게 계속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부분을 보자면 나에게 쉽게 다가오고, 실제로 했을 때도 좋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좋은 기억들이 많을수록 더 자극되는 것 같다. 한 번 했을 때 좋은 변화에 대해 집중해서 민감하게 캐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글쓰기를 먼저 생각해보자. 브런치 앱으로 처음 글을 적기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처음엔 꾸미려고 신경 썼다. 글을 4번의 짧은 글을 써본 뒤 바로 포기했다. 그다음부터는 생각나는 것을 거의 그대로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즉각적으로 접근성을 방해하는 요소를 없앴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 하루에도 십 수 번씩 멍하고 다른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많았던 터라 그걸 적어야지, 잡아내야지 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느낌 올 때 막 써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이 블로그로 옮기게 됐는데, 예약 기능이 나를 더 재밌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막 써놓고 보니 하루에 한 글씩 공개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개 전에 수정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퇴고에는 영 친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까먹을 정도로 내버려 두었다가 보면 고칠 부분이 보이더라는 점을 잘 이용하게 된 느낌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기 가장 쉽게 조성했다. 하면서도 더 나를 이끌게 하는 요소들을 찾고,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갔다.

  달리기도 비슷하다. 수영 대신 할 만한 것을 찾고 있었는데, 달리기는 예전엔 영 재미가 없을 것 같고 별로 구미가 당기지도 않았다. 그전에 자전거를 시도했는데 관리할 게 많고 장비가 좀 필요하기도 하고 날씨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점이 아쉬웠다. 그렇게 그냥 한 번 해볼까 했던 것이 한 번 두 번 하고 할 만하네 느끼고, 생각보다 재밌는 점을 발견하니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추운 날씨가 처음엔 좀 걱정이었지만, 그 덕에 스트레칭 같은 준비운동을 더 신경 써서 하게 되는 계기가 돼서 더 만족스러운 달리기를 하고 있다. 결국 체력이 좋아지고, 잡 생각이 많은 나는 이걸 얼른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 아침에 정신이 들면 몸은 찌뿌둥하더라도 얼른 기록해야지 하고 일어나게 되더라. 그게 점점 시간이 앞당겨지더니 요즘은 6시에 일어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잠을 12시간도 잔 적이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도 다시 잠으로 도망가려는 느낌을 느꼈던 내가 정신차려보니 아침 6시에 기상하고 있다는 점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이런 경험들을 갖게 되니, 자연스럽게 재밌는 생각을 하나 하게 됐다. 과거 안좋았던 기억들을 현재 경험과 감정으로 덮어버리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말하는 '공부'는 흔히 부모님께서 원하는 공부이다. 좋은 기억에 비해 안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감정이 훨씬 많이 묻어 나오는 단어다. 이걸 어떻게든 극복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점점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과거를 청산하고자 좋은 감정과 좋은 감정 사이에 공부를 끼워 넣어서 해보고 있다. 효과는 강력했다. 공부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알고 있어서 공부를 하려고 시도는 셀 수 없이 했던 것 같다. 최근, 내가 안정을 얻는 상태가 되기도 했어서 더 도전했지만 여전히 실패했었다. 공부를 시작만 하려고 하면 먹구름이 몰려오는 느낌이 강했다. 많은 사람들이 볼 때,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웃긴 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 걸 이겨낼 힘이 나한테는 없었다. 절망이 다가올 때쯤, 글쓰기와 달리기의 경험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앞에 좋은 거 끝에 좋은 거 사이에 끼워 넣고 하니 점점 공부라는 단어에 먹구름이 가시는 것 같다. 그렇게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하나를 알아낸 것이다.

  아무리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거라도 안 좋은 기억들로 뭉쳐있다면 하려고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고 손이 안 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면 생기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억, 좋은 감정이 묻어 나오는데 누가 안 할까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그 감정이 드는 마음을 잘 보살펴서 이끌어주는 게 필요한 시기가 있을 텐데, 그런 걸 무시하고 무작정 압박과 벼랑으로 밀어버리기만 하니 엇나가는 것 같다. 어떤 새는 둥지에서 어미가 새끼를 떨어뜨린다더라. 그 새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 같아 보이지만, 해야 할 행동은 날갯짓 단 하나이다. 그것이 쉽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 새의 새끼에게는 당시 할 수 있는 행동 또한 날갯짓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의 것은 보다 복잡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몸만 끌어다 학원에 앉혀놓는다고 바뀐다기보단, 마음을 끌어다 놓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상황에서 당사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남이 볼 때 필요해보이는 것을 하는 게 아니다. 마음이 동하고, 상황에 맞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성실함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어디서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학교 다닐 때 성적으로 성실함을 본다고 들었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편적으로 다루기에 성적만 한 게 없다지만, 결국 다시 말해 개인에게 접근시키려면 그만큼 비효율적이라는 말인 것 같다. 개인에게 효율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개인에게 맞는 것을 하는 게 필요한데 그러려면 보편적으로 해야 할 것이 성적으로 나타나는 성실함을 찾을 게 아니라, 마음으로 시작하는 꾸준함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가장 보편적인 것이 마음이 아닌가. 마음부터 시작해야 오늘 하게 되고, 내일도 또 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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