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같은 위치

가랑비 2021. 1. 18. 12:31

  평등, 공평, 공정 등 나에겐 아직도 너무 어려운 단어이다. 아무래도 내가 강자로 지낸 세월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보니 그런지 모르겠지만, 약자 입장에서 생각한 날들이 많았다. 실제 경험이나 기사나 영화 등을 보며 나도 차별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문제의 근원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 해결로 생각이 발전하는 건 막을 수 없긴 하지만, 먼저 나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리 이론이 많아도 실천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실천을 위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내가 조금 웃기긴 하지만, 효과는 있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 그중에 사람을 대하는 것도 있다. 나는 내가 받고 싶지 않았던 것을 안 하고, 내가 받고 싶은 것을 주기로 생각하며 지냈다. 아직도 여전히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할 때가 많지만 나를 아끼고 너를 아낄수록 우리는 같이 성장할 것이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보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때 나는 평등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대하고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언젠가 같은 반 애가 나를 대하는 태도와 자신과 자주 어울리는 친구에게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달랐던 걸 볼 수 있었다. 눈치가 진짜 없던 때였음에도 보일 정도면 말 다했다. 근데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고 조금 친분이 생겼다고 생각하던 차에, 내가 질문 하나 했었다. 돌아오는 건 난데없는 손가락 주먹이었다. 나는 적지 않게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오오.. 어어.." 하면서 쓱 지나갔다. 자주 어울리던 친구들과 그렇게 지냈던 걸 생각해보면 나한테도 비슷하게 대했을 뿐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문득 생각에 변화가 일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대한다는 것도 모든 걸 똑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조금씩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여서 그랬던 것 같다.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것에 따라 대하면 그게 공평이구나 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게 발전돼서 지금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사람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려고 하는 동시에 나에게 대하는 것에 따라 주는 것을 달리하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 나도 완벽하지는 못해서 아직 문제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도움을 받고 감사는 표했지만 돌려주지 못한 게 아무래도 항상 신경 쓰인다. 얼른 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생각을 해왔다. '내가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이렇게 해줘야지.' 하는 것이다. 아이가 있지도 않은데도, 이제껏 아이에게는 내가 기르는 동안 적어도 대강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성인의 나이 20살 되기 전까지는 내가 돌봐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 있는 관계라고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한 번 어머니께 궁금해서 여쭤보는 내용이 아이를 왜 낳아야 하나요? 였는데 어머니의 답변 중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 하나 있었다. 병원에 있을 때, 주변을 보면 앓아누워있는데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게 그렇게 쓸쓸해 보이더라고 하셨다. 바로 든 생각은 '아이 낳아 길렀다 해도 안 찾아오는 경우가 많을 텐데...'였다. 물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공감되긴 했다. 나라도 그런 상황에 찾아오는 사람 한 명 없으면 인생에 회의감이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굉장히 쓸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잠깐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긴 했지만 잠깐 이었다. 

  여전히 아이를 왜 가져야 하는지,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낳을 수 있는지 답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이에게 조차도 깨달음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배움이 가능하다. 물질적인 것에 매몰되어있어서 그동안 몰랐던 배움의 가치에 대해 더 범위를 넓히니 누구에게든지 배움이 가능하다. 내가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는 나한테 이젠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존중이 가능해지는 것이고 , 동등한 관계를 넘어서 나는 오히려 상대를 더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자세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어머니와 대화를 기분 좋게 하게 된 적이 있다. 그때 다시 한번 나의 어머니는 정말 귀한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까지 어머니께서는 대단하시다고 말해왔던 것은 껍데기 같다고 느낄 정도다. 지금껏 이렇게 귀한 분을 내가 원망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던 것에 대해 내가 너무 불쌍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제라도 어머니께 더 귀한 분 모시듯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이렇게 바로 옆에 있는 귀한 분도 못 알아보면서 '존재 자체가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던 게 너무 부끄럽다!

 

  최근에서야 조금씩 마음이 살아나면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만큼 내 마음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조급하지 않게 잘 타이르면서 내가 원하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다. 겉모습만 커진다고 성장이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음도 같이 성장해야 더욱 튼튼한 내가 되는 것이다. 아직도 부족한 모습이 정말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수밖에는 없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얼른 성장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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