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52 정의

가랑비 2023. 8. 7. 08:01

  오늘도 생각이 많은 날이다. 잠을 꽤나 적게 자게 됐는데, 주변 사람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쉬어서 그런지 마냥 피곤하지만은 않고 꽤 좋은 컨디션으로 눈을 떴다. 생각이 좀 많아서, 어쩌면 고민이어서 사로잡힌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좋은 방향의 에너지로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을 통해 감정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보통은 아침걷기를 다녀와서 화장실을 가는데, 오늘은 이전에 먼저 들렀다. 어찌 됐든 좋지만 눈뜨자마자 아침걷기를 가고 싶어서 다녀온 뒤에 들르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번에도 확실히 느꼈다. 나는 지금 당장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우선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게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컸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파고들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정말 나에게 내면 사전이 있는 것 같다. 명확하게 갖고 있는 내용은 이미 내가 납득한 정의를 등록해 놓은 것이다. 달리말하면 완전한 암기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사전에 문장을 등록하는 이 작업이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혼란이 적다. 

 

  오늘은 기분이 좋게도 좋아하는 시각에 눈을 떴다. 무슨 알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의 정각에 눈을 떴다. 그제도 그랬는데, 앞으로도 종종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생각해 보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각을 생각해서 수면패턴을 조정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치보다 적게 잤음에도 눈이 떠졌고, 기분 나쁜 감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 같은 고민에 사로잡힌 것으로 인해 정신이 깨어서 이참에 일어나기로 했다. 

  해가 짧아진 것을 느꼈다. 이 시간까지 아직 어스름이 남아있고 우산도 안 써도 될 정도로 해가 안 올라 와 있고 선선하다. 호랑이를 보러 갔다. 오늘은 약간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저 멀리 누가 오는 것 같아서 괜히 일찍 자리를 떴다. 가는 길에 계속 나를 붙잡는 생각에 중간중간 의식이 사라짐을 알아챈다. 어떻게 보면 몰입이다. 그래서 고민이더라도 마냥 나쁘진 않다. 결국은 해결이 되니까. 오늘도 지속적으로 걸음걸이의 속력을 유지했다. 꾹꾹이 같진 않지만, 꾹꾹 눌러 걷는 걸음걸이의 묵직한 감각이 좋다. 이번엔 가는 길에 까마귀를 정말 가까이서 봤다. 여러 각도로 사진도 담았는데, 이게 신기하게 오리도 그렇고 이번에 까마귀도 그렇고 각도가 달라질 때마다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 여러 장 찍게 됐다. 또 가는 길에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펜스에 인도 쪽으로 화단이 있다. 그 화단의 울타리는 나무로 지었는데, 그 안 쪽에 버섯이 자란 것을 우연히 봤다. 색은 살짝 주황, 빨강 빛이 섞인 것이었다. 상황버섯 같은 형태였다. 그리고 물을 봤고, 버드나무의 매력을 한 번 더 감상하고, 물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호흡을 잠깐 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매미가 개미에게 먹이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고, 'Circle Of Life'를 생각했다. 등운동을 깔짝거려 주고, 오늘도 느꼈다. 좀 더 다른 활동으로 떼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돌아가는 구간에 아파트를 끼고 걷는데, 위에서 뭐가 탁 하고 떨어졌는데 바나나였다. 게임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나서 웃겼지만, 한 편으로는 상습적으로 보이는 흔적을 발견해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약간의 글싸기가 되겠지만, 사로잡힌 내용과 관련이 깊은 주제를 써본다. 사람은 무수히 많은 정의(문장)들로 뭉쳐있는 존재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모든 기저 문장(또는 '함수'인 해)을 나열하면 어쩌면 AI로 그 사람과 유사성이 높은 '인격'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뇌피셜을 찌끄려본다. 으레 그렇듯 모든 문장을 파악하는 게 어려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서 일단 내가 그렇다고 느꼈다. 의도를 갖고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것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됐고, 상대방 또한 그런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경우는 그 정의들이 다름을 존중해 주려고 노력한다. 노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나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생기는, 파악하지 못한 상식이 아님에도 상식이라 여기는 부분이 아직 남아 있을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상식이라는 것은 사전적으로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한다. 그런데 으레 그렇듯 우리는 '상식'이라는 것을 알음알음 보고 들으며 배운다. 어디에 정식으로 교육 과목은 아니라는 것이며, 여기에는 큰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식 교육 과정에 있어도 제대로 못 배우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왜 상식은 다들 알고 있길 기대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여기서 나의 의견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보고 듣고 한 것이 곧 상식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괜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물론, 진짜로 상식으로 도달하는 내용은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높임말을 쓴다든지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켜진다. 하지만, 모호한 경계에 놓여있는 것을, 그 가정의 개인 또는 그 학급의 선생이, 친구가, 또는 기타 영향을 많이 미치는 누군가에 의해 상식인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것도 종종 있다. 우리는 마치 자라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생긴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계속 유지하냐, 아니냐의 차이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을 말해본다. 문화가 다르다는 점은 내가 생각하던 대부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적용이 되는 상식이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해서 남는 상식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상식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길이를 보니 역시 작은 고민은 아니었구나 생각이 새삼 든다. 그리고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구나 깨닫는다. 다행인 점은 그 결과가 만족스러운 편에 속한다. 들인 노력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다.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은 있기 마련이다. 아침부터 에너지를 좀 써서 그런가 배가 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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