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51 그리움

가랑비 2023. 8. 6. 09:28

  이번에도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알이 배긴 것처럼 아픈 듯한 느낌과 눈에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이럴 때마다 더 잠에 들고 싶은 마음이 큰데, 신기하게도 그냥 무시하고 일어나서 아침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더 잘까도 했는데, 일정이 있기도 했고 잠을 충분히 자서 그랬는지 바로 잠에 들지도 않아서 좀 더 쉬다가 일어났다. 오늘 햇빛이 강하길래 다이빙 가기 전에 산 팔토시랑 얼굴 가리는 거를 생각하고 팔토시는 빼고 얼굴 가리는 거랑 버킷햇을 썼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상당한 비주얼일 것은 알지만, 햇빛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방안이다. 그러고 나가자마자 몇 걸음 안 걸은 시점에 문득 보고 싶었던 느끼고 싶었던 것들이 이 옆에 있음을 느꼈다. 약간의 그리움이었던 게 아닐까.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호랑이도 보고 오가는 길에 있는 풀들, 꽃들도 보고, 물을 보러 가서는 나무도 보고 물 떨어지는 것도 보고 했다. 평소처럼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다. 오늘은 유독 햇빛이 강한 날인지, 그리고 시간도 해가 이미 다 떠오른 때에 와서 그런지 뜨뜻했다. 그래도 덥다는 느낌은 덜했다. 물에 튕겨 나오는 빛들도 보고 저 멀리 팔각정도 보고 옆에 물 떨어지는 것도 보고 그 위에 버드나무 고목도 보고 눈을 감으려는데, 바람이 스윽하고 옆에 오는 게 아닌가. 보니까 버드나무 잎들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이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충분히 눈에도, 사진으로도 담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호흡을 조금 해준 뒤 지나갔다. 돌아가는 길에 등운동도 깔짝거려 주고 돌아왔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얼마 되지 않은 나의 일상인 아침걷기는 정말 빠르게 내 안에 정착한 듯하다. 3일 정도 다른 '일상'을 체험하고 왔는데, 그 사이에 보고 싶었나 보다. 그리운 느낌들이었나 보다. 가끔은 여행을 가라는 이유가 혹시 이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평소 일상에 너무 무뎌져서, 그 무뎌진 연필심을 깎아 오라는 말은 아닐지. 너무 무뎌져서 잘 써지지 않는 글을 다시 뾰족하게 만들어서 다시 잘 써지게 해주는 작업은 아닐까 싶다. 

 

  최근 가족 중 한 명이 감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언급한다. 나도 관심사이기 때문에 쫑긋하고 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영향을 받은 것인지 감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내가 평소에 많이 못 느끼는 감정이다. 애틋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꽤 좋은 편인 것 같다.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괜찮은 것 같아서 더 활성화해도 좋지 싶다. 어쩌면 꼭 경험하지 않더라도 그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어떤 모습을 항상 바라오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날엔 그리움도 느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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