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50 믿음

가랑비 2023. 8. 5. 22:33

  생각해보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하루의 시작이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겨우 눈 붙이고, 한 숨 못 잔 상태로 첫차까지 대기하면서 할 일 하고, 대화 나누고, 간식 먹는 등 시간을 보냈다. 최근 계속해서 하고 있는 생각인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다뤄보기도 하고, 뜻밖에 지점에서 받은 질문에 의아함을 가지면서 답을 해보기도 하고, 그 답을 낸 나에게 만족을 느껴보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음에도 조금 졸릴 뿐 막 피곤함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버스에서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충분한 것도 있었겠지만 평소의 나라면 이미 꼬꾸라졌을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별 탈 없이 무리하는 느낌 없이 여정을 잘 마무리 지었다. 동시에 어쩌면 사람은 믿음이라는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본다. 

 

  스쿠버를 하기 위해 장비를 관리하고 정리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처음엔 귀찮다고 여길 때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약간의 훈련(?)을 통해 익숙해지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응당 하게 되니 마찰이 전혀 없다. 멀미약을 먹고 다이빙을 하니 사장님께서 말씀해주시길 본인도 처음엔 멀미가 심했어서 배를 거금을 들여 사놓고는 2달 동안 쳐다도 못 봤다는 등의 썰을 풀어주셨다. 그래도 일단 나가라 견딜 수 있는 파도의 세기를 늘리면 된다. 그러면 겪어봤던 파도까지는 멀미를 하지 않게 된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위와 비슷한 작업이 아닌가 싶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훈련은 청소, 영양 챙기기, 아침 걷기 등의 일상을 지키는 것들이라고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시도는 여러번 걸쳐서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만 한 그림은 잘 나오진 않는다. 그래도 조금씩 윤곽이 나타나고 있는 거 같아서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건강과 평화(?)로운 것들을 가까이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꿈틀거림을 통해서 건강과 평화에 익숙한 자리를 찾는 중인 것 같다. 버스에서 눕지는 못해도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자세 찾으려고 계속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는 마냥 탐험이었다. 그런데 점점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많이 모으게 되니 무엇을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으로 채우는 게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나의 이해받고 싶은 욕구와 그것이 최소치의 관심이라도 받지 못하면 꿍해지는 게 있었던 터라 잠깐 서운해하다가 애써 털어내던 시간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것들은 스스로 충분히 케어가 가능한 영역이 되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란을 많이 겪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라고 여기는 것을 내가 하게 된다면 그 상황에서 겪을 고통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행동을 줄였던 것도 있다. 어떤 계기로 행동을 더 줄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는 다행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활동을 했고, 그 수준을 넓혀나갔다. 이런 상황들이 다 하나로 귀결된다고 한다면 믿음의 영역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귀납적인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믿음을 갖추기 시작한 뒤로는 점점 확장이 되었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나로 살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뒤로는 혼란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글싸기를 써버렸는데, 사실상 걷기를 하며 한 활동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한 것들이 가장 인상이 깊기 때문인 걸로 봐도 되지 않나 싶다. 글이 굉장히 러프하게 써졌지만, 다룰 내용은 정말 많다. 신기하게도 진짜 믿음의 영역은 경험이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언급한 믿음 체계 덩어리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을 포함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 믿음은 아마 귀납적인 표현인 것 같다. 지금까지 경험이 이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는 믿음인 셈인 것 같다. 누가 말했듯이 경험 없이 갖는 믿음이 더 대단한 것처럼 경험하지 못했지만 갖고 있는 믿음이야 말로 멋짐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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