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47 비교

가랑비 2023. 7. 31. 11:02

  어제오늘 약간 극단적으로 잠에 드는 시각이 달랐지만 수면 만족도는 비슷했던 거 같다. 역시 하루 이틀로는 실질적인 효과나 차이를 파악하기는 쉽진 않지만, 이미 있는 취향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훨씬 선호하고 있다. 밤에 늦게까지 깨어있으면 피곤함이 늘어나는 게 강하게 느껴지는데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새벽에 깨어있으면 잠을 적어도 6시간 이상 잤다고 가정할 때, 확실히 고요함이 주는 차분함과 추가적으로 느껴지는 여유가 있음을 느꼈다. 조삼모사겠지만, 기분 좋게 시작하면 마무리도 좋게 할 가능성이 높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활쏘기 할 때가 생각난다. 초시가 들어가면, 몰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아침걷기는 전반적으로 약간 특이했다. 어제와 다른 점이 많았는데, 만족도가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껏 아침걷기를 하면서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일단 다른 점들을 나열해 보자. 갑작스레 감각의 범위가 늘어난 기분이었다. 감각이 민감해졌다고 해야 하나. 생각해 보니 어제는 눈이 피로해서 감듯이 걸어 다닌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되짚어보니 어제는 이른 새벽에 심지어 주말, 오늘은 해 뜬 이후에 평일이었다. 그리고 관심이 가는 대상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생각들은 1분 내로 와다다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다. 다시 말해, 전부 10 걸음도 안 되는 사이에 나오는 생각들이다. 

  물론 이런 감각을 느끼거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 나는 뒤집어 생각하는 장치를 습관처럼 쓴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이 또한 나에게 오는 동일한 하나의 '감각'이고, 어제는 오랜만에 아침걷기를 하고 환경이 많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독 많이 재밌었던 것, 이게 내가 그동안 해왔던 아침걷기와 유사한 상황이었던 셈이라고 자연스럽게 사고가 흘러간다. 

  약간의 감정의 기복인 것도 같지만, 좋은 상태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시스템이 내 안에 잘 정착이 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후 시점부터는 평온하게 내가 좋아하는 기존 상태로 돌아와서 관찰, 감각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다른 재밌는 일들이 많았다. 나열해 보자. 오늘은 별 다른 오전 일정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걸음걸이를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신호등이 코앞에서 켜지면, 그렇게 건너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을 오늘 또 제대로 느꼈다. 무시하고 편안한 상태의  걸음걸이를 유지했다. 충동을 이겨냈다는 약간의 기쁨을 느끼며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렸다. 

 

  호랑이를 보면서 오늘은 그 앞에 코너에 있는 볼록거울 앞에서 나와 호랑이가 함께 나오는 장면을 눈에 담았다. 물론 사진도 찍는다. 한 번 생각 없이 시도해 봤는데, 호랑이랑 나랑 같이 있는 투샷은 처음이라 은근히 괜찮았다. 그리고 물을 보러 갔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새가 있었다 이번엔 오리 한 쌍이 같이 열심히 아침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위에서 관찰하니 여러 면을 봤다. 옆태, 뒤태, 앞태 등등. 역시 오리는 뒤태가 꽤 귀여운 것 같다.

  그러다가 팔각정도 가고 싶은데 아쉬움을 잠깐 느껴주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하다가 물소리를 듣고 그쪽을 봤다. 근데 웅덩이에 잎들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사실 오래된 버드나무가 있는데 그 잎이 떨어져 있던 것이다. 바로 든 생각은 바가지에 물을 퍼서 줄 때 버드나무 잎을 띄워줬다는 이야기가 바로 생각이 났다. 

 

  이쯤 되면 나의 의식의 흐름을 날것 그대로 표현해 버리는 것 같아서 조금은 쑥스럽긴 하지만, 어제에 이어서 자연물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하나 더 발견한 것 같은 생각을 했다. 자연물은, 특히 현대에 와서 사회에 어우러져 있는 자연물들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들만 남아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아이디어는 평소 계속 생각하던 내용으로는 공격성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진 것이긴 한데, 연결고리가 희미해  보일 수는 있다. MBTI에서 흔히 J, P로 불리는 계획형, 반응형의 내용이다. 참고로 MBTI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고, 공식적인 내용을 찾아볼 의향도 딱히 없이 단순히 흥미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뿐이다. 나는 이 둘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계획, 반응으로 나뉜다고 이해하고 있다. 나는 이런 내용을 접하면 자연스레 갖게 되는 의문은 '어떻게 하다가 이 둘로 나뉘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이후에 글싸기로 기록하겠다. 까먹을까 봐 항상 메모를 해놓기 때문에, 나중에 또 비슷한 의문을 접하게 될 때는 그동안의 메모들을 다시 참고해서 글싸기로 올릴 예정이다. 

 

  일상과 너무 달랐던 오랜만에 겪은 어제의 아침걷기와, 일상 그대로였던 오늘의 아침걷기에서 기준점이 어제로 되어있었던 것을 인지했다. 기준점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해석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짐을 봤다. 똑같이 비교라는 점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 같고, 나의 취향을 고르고 확립하는 데는 아주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 비슷한 삶을 보내면서도 이처럼 다른 점은 무수히 많고, 거기에서 그동안의 나의 경험과 생각들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나에게는 인생의 꽤 큰 부분을 차지하는 '취미'인 것도 같다. 이것을 아침걷기로 표출하고 있는데,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글싸기로 공유하도록 하겠다. 글싸기의 정체성이 다시 한번 더 구체화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일상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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