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41 재밌는 문제

가랑비 2023. 7. 17. 04:26

  주말 동안 워낙 정신없이 새로운 것들을 하다 보니 결국 놓치고 말았다. 연속을 깨게 되어 매우 아쉽지만, 뜻깊은 새로운 것들을 했던 것이 있기 때문에 다행히도 후회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의미 있는 휴식을 취하기도 했기 때문에 오늘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어디에 에너지를 쏟는지에 따라 사람은 변한다. 내가 쓰고 있는 별칭처럼 젖는지도 모른 채 젖게 된다. 완전히 젖게 된 뒤에는 스스로 느끼기를, '나는 원래 이랬어'라고 생각할 만큼 깊게 자리하게 된다. 사실 '원래'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이 말이 참 재밌다. 정말 원래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99퍼센트 '아닐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뭘까? 아마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랑비에 젖은 것이다. 인지하지 못할 만큼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젖은 것이다. 내가 '원래' 그랬다고 여길 만큼 말이다. 

  이 포인트에서 많은 재밌는 '문제'들이 생긴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나에 대해서 알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난 원래 그랬던 것처럼 여긴다. 아무런 계기도 과정도 없이 원래 이랬다고만 여길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많은 것들이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굉장히 수학적이고, 논리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것을 '원래' 그렇다고 정의한 뒤 논리를 전개하는 것과 같이, 난 '원래' 그랬다고 정의하고 여기에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들을 찾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그 사람의 세계관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 문제는 정말 재밌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이 것이 내가 꽤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문제, 퀴즈다. 재밌었다. 이 문제를 붙잡고 있는 초기에는 정말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점점 탄력이 붙더니 이내는 재밌는 퀴즈 풀이가 됐다. 나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너를 알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너에 대해 생각하고, 너가 갖고 있는 퀴즈를 푸는 것도 재밌는 영역이 되었다. 이 재미를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어제도 그저께에도 걷기는 했다. 아쉽게도 글만 못 썼다. 어제는 걷기를 하며 재밌는 해프닝이 있었다. 피곤해서 쉬다가 그래도 걸어야지 해서 마침 가족이 있길래 걷자고 권유했다. 다행히 흔쾌히 승낙해 줬다. 고마웠다. 나갈 때만 해도 비가 안 오길래 우산을 안 챙길 뻔했는데 내가 혹시 모르니 챙기자고 했다. 그런데 슬슬 비가 오길래 우산을 펼치며 가족이 우산 챙기길 잘했다고 말해줬다. 잠시 카페를 들르자며 자신이 종종 가던 카페를 구경시켜 줬는데, 세상에 이런 카페가 다 있는지 참 신기하고 좋았다. 다음에 또 오고 싶었다. 어떤 카페인지는 다음에 기회 되면 공유하겠다. 나올 때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갑자기 팍 하고 쏴- 쏟아지는 게 아닌가 우산이 개수가 안 맞아서 완전히 젖어버렸다. 아싸리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난리가 났다. 폰 때문에 못했지만 물놀이 한 수준으로 이미 다 젖긴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어린 감성이었다. 비 오는 날 물장구치고, 그 비가 오는 것 때문에 피하고 싶으면서도 맞는 것을 받아들인, 그 급하면서도 즐기는 느낌이 재밌었다. 나는 비 오는 날 어린아이처럼 노는 걸 원래 좋아했을까? 하고 가벼운 궁금증을 흘리듯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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