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42 결핍

가랑비 2023. 7. 19. 02:29

  오늘이 되어서야 푹 잤는지 지난 주처럼 원하는 시각에 일어날 수 있었다. 가족도 일어났는지 확인하러 갔는데 자고 있길래 깨웠다. 다른 말 없이 7시에 가자고 말해줘서 알았다고 하고 더 쉬다가 7시 좀 넘어서 같이 나왔다. 오늘 나는 여유가 생겨서 호랑이도 보러 가자고 했는데 가족은 여유가 없는 편이라 물만 보러 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물을 보게 됐는데, 며칠 사이에 새 하나가 더 생긴 걸 보게 됐다. 크기가 작은 걸 보니 어린 친구 같다. 물을 보면서 얘기를 이번에도 너무 내 얘기만 하게 된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가족이 잘 들어줘서 고마웠다. 서로 들어줄 수 있는 자세가 된 관계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정말 좋다. 나는 들어줄 수 있는 여유를 더 가질 수 있게 더 노력해야되기는 하다.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수다쟁이가 된 걸까? 수다쟁이도 보통 수다쟁이가 아니다. 특이한 수다쟁이다. 진지설명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나마 요새는 안정적인 마음이 되면서 조절이 가능해지기도 했고, 재밌다는 평을 종종 듣게 되는 걸 보니 잘못된 방향을 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나라고 다들 재밌어 하는 걸 재밌지 않다고 느끼진 않았을 것이고, 정말 그랬다. 

  지금으로써 내가 나를 설명하는 것 중에 큰 영향을 줬던 내용은 '욕구'이다. 그 중에서 특히 이해받고 싶은 욕구였다. 인정받는 것도 충분히 컸지만, 이 부분은 내가 특정한 작업을 통해 조절이 가능했다. 이상적인 방향의 조절은 아니었다. 작년의 새롭고 멋진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방식으로 조절하게 되어,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부분도 일반적으로도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여서 나중에 더 다뤄보고 싶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MBTI가 꽤 효율적인 도구라고 생각해서 I와 E를 빌려서 표현해보려고 한다.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한 바로는 에너지의 방향이 다른 사람들에 향하는지, 내면으로 향하는지 또는 다른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가 차는지,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차는지 여부라고들 하는 것 같다. 이러한 점으로 봤을 때 나는 무조건 I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나를 이해해주려면 내가 설명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내 설명,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찾으려(?) 다니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E처럼 바뀌게 된 것 같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것이 이 점 말고도 정말 여러가지들이 있지만, 이 점이 지속적으로 꽤 큰 부분을 차지해왔다고 느꼈다. 지금 이 글들도 조금은 그럴 것이다. 

  그렇게 나의 희생자(?)가 되어주셨던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그분들의 노력(?) 덕에 내가 지금 그나마 사람 답게 살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분들이 중간 중간에 계셔줬기 때문에 잠시나마 해소됐던 것 같다. 내게 진짜 필요한 것이 단 하나가 있었다면, 결국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이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결핍이 커졌다. 처음부터 심하진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 결핍이 느껴지고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시점부터 스노우볼이 되었던 것도 같다.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커져버린 것 같다. 

 

  이러한 것 때문에 생긴 문제가 정말 컸다고 생각한다. 나의 온 에너지를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데 전부 쏟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 작업이 내가 쓸데없는 부분에서 완벽을 기해서 그런지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것이다.

  정말 재밌는 일은 꽤 단순하게 벌어졌다. 가족이 권유했던 책을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던 찰나 제목에 이끌렸고 자연스럽게 그 책을 펼쳤다. [나는 아직도 사랑이 필요하다.]라는 책을 읽으며 애정결핍에 대한 의견을 접하게 되었고 홀린 듯 나의 상황을 대입해보며 나에게 맞아떨어지는 부분, 나와는 달랐던 부분들을 상세히 짚게 됐다. 이 작업을 거치며 내가 애정결핍이었고 그게 고착화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이 책을 통해 효과를 봤다.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가족과 소통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희망과 힘을 얻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특히 어머니께 말씀드렸던 내용으로, 엄마가 나한테 바라는 점은 무어냐. 그리고 엄마한테 내가 바라는 점은 이러하다. 물어봤고, 말했다. 여기서 이때 마법 같은 일일까? 마법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다. 흐린 안개 속 흩뿌려진 단어들이 이 말을 꺼내게 되면서 안개가 걷히고 정체가 드러났다. 나는 이해가 필요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은 추가적인 내용과 복합적으로 결론은 나는 엄마에게 이해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기르시느라 정말 말 그대로 뼈 빠지셨을 고통을 감내하셨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장, 성숙하신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고 내가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이 난 존경스러운 어머니를 두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점이 하나 더 생겼다는 부분을 짚는다. 이러한 좋은 상호작용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결론을 맞이했을지는 상상의 영역일 뿐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존경받아 마땅한 어머니를 만난 덕에, 나는 엄마의 이해가 필요했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마법 같았다는 얘기는 이 직후다. 이 말을 했고, 엄마는 나에게 드라마틱한 변화로 대해주신 것은 아니었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이게 마법이다.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이 작업을 통해 나는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됐고 그동안 나를 조종하던, 알 수 없는 것의 정체를 알게 됐다. 그뿐이었지만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정말 극적으로 정상범주로 들어왔음을 느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이해가 필요하지 않게 됐고, 그동안 온 힘 다해 에너지를 쏟아 붇고 있던 작업이 사라지게 되니 에너지의 여유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결핍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것 말고도 하나 더 있다. 조만간 다뤄보겠다. 이후 나의 삶은 이전과 극명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180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 가족도 느꼈을텐데 표현이 적었을 뿐일 것이다. 특히 어머니께 말을 하게 될 때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음에도 짜증 섞인 말투가 튀어 나온다는 것을 그 몇 달 전부터 인식하기 시작했다. 근데나를 이해하게 된 뒤로,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 뒤로 내가 나를 인정해준 뒤로 엄마에게 따듯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왜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부분이 있음을 가르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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