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이렇게 느지막이 마음 편히 일어나는 게 오랜만인 기분이다. 다음엔 좀 더 맘 편히 여유 있게 일어나서 아침걷기 하면 좋겠다. 해야 할 일들이 많고, 감당하기 버거울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하다 보면 과도하게 긴장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쉬어가는 시간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밥을 먹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긴장을 푸는 법도 알아야 다음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다.
여유롭게 일어나서 가족이 깨어있는 것 같길래 같이 가자고 물어봤는데 이번엔 타이밍이 잘 맞았다. 약간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호랑이한테 먼저 가보자고 했다. 호랑이 가볍게 봐주고 난 다음 물 보러 가자고 하고 있었는데, 가족이 돌아서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오늘은 가족이 가자고 하는 길로도 가보게 됐다. 이런 걸 바라고 있었다! 나도 새로운 길도 가보고 새로운 것도 봐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블럭 한 개 차이로 내가 모르던 공간이 나타난다는 것이 참 웃기면서 신기하다.
그리고 예전에 자주 걷던 길을 걷게 돼서 당시의 기억이 불러오기가 됐다. 당시 내면이 매우 복잡하고 어지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보니 좋다고만 볼 수는 없는 시간들이었다. 가족과 얘기를 나누면서 길을 걷다 보니 복잡했던 때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현재에 머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침을 가볍게 먹을 수 있을만한 것을 찾아서 가보려고 했는데 결제수단을 들고 있지 않아서 못 사게 됐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물길로 도착했다.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났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멈춰서 바람과 물과 풀들을 즐기는 시간을 가진다는 걸 깜박했다. 하다가 안 하면 그 차이를 명확히 느끼게 된다. 이번에도 느낀 것이 다음에는 꼭 멈춰서 자연을 느끼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나의 취향으로 가득 채워지는 아침걷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나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들이 무엇인지 매일 아침 탐색하는 과정이 됐다.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보고, 하다가 안 해보고 하면서, 하루하루 나의 취향을 더 명확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지금까지 아침걷기는 하루 시작으로 1. 이른 시간에, 2. 나가 걸으면서, 3.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또 해보고, 4.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5.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번 더 생각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6.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화를 나누고, 7. 잠시 멈춰서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등이 있다. 나열해놓고 보니 확실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눈에 보인다. 그리고 이것들을 나열하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