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지 말자. 잠자는 시간은 매일 7시간으로 설정하자. 6시간은 부족한 것 같다. 7시간을 푹 자야지 그날 하루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낼 수 있다. 오늘은 쉼이 필요한 날이었던 것 같다. 일찍 눈을 뜨긴 했지만, 우려했던 대로 다시 잠에 들어버렸다.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실제로 쌓인 피로도 때문인 게 큰 느낌이다. 주말에는 쉬어가자. 평일에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전력을 다해서 하자.
어제와 비슷하게 오늘도 걷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침걷기와는 거리가 좀 멀었다. 여유라고는 딱 1 만큼 있는 그 느낌. 사실 부리라면 부릴 수 있는 여유였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을 선택해 봤다. 여기서 내가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원하는 아침걷기는 못했지만, 뜻밖의 변화를 감지한 것이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지난 것을 버리는 게 효과가 크다. 과거를 붙잡고 있으면서 변화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원하는 욕심인 것 같다. 어쩌면 역량이 대단한 사람이 있어서 그게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헌터x헌터라는 애니메이션에 빠져있는 중인데, 지금의 나에게 아주 큰 자극을 주는 장면, 대사, 묘사들이 많다.
사람의 호흡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두 가지, 욕망과 공포다. 욕망은 눈을 흐리게 하고, 공포는 발을 움츠러들게 한다.
나는 지금껏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찾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딱 이 두 가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것을 막 발견한 참이었다. 이런 내용을 이렇게 접하게 되니 자극이 안 들어올 수가 있나. 강조를 아끼지 않겠다. 내가 이번 상반기에 공부를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시도하게 됐는데, 결과는 사실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예전과 비슷한데, 조금 오른 정도이다. 다행히 여기에서 희망을 얻었기 때문에 또 다른 도전을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나의 행동, 결과를 보고 나를 돌아보는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았다. 중학생 때 깨달았어야 했던 것들을 이제 와서야 깨달은 느낌이다. 그것을 방해하고 있던 것이 욕망과 공포였다.
능력도 안되면서 이것저것 벌려놓고 수습조차 버거워서 욕먹지 않을 정도로 마무리 짓는 것을 반복했다. 이 도전이 무의미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나의 행태를 파악하기에 명확한 지표가 되어줬다. 그리고 공부를 한답시고 시작했던 것들은 시작부터 이길 생각이 없는 상태로, 패배한 상태로 시작했다. 결과는 사실 뻔했지만 나만 몰랐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좌절이 늘어났고, 인지하지 못하는 좌절들은 변질되어서 두려움으로 자랐다. 이런 상태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능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상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두려움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지에서 오는 것이 크다. 알려고 들지 않으면 두려움은 커지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습과 온라인 강의, 교과서 등 내가 할 수 있음에도 시간 들이기 아까워했던 것에서 성취를 얻어내기 시작했다. 아직 경험은 적지만, 이 길이 정도라는 것은 이미 십수 년 전에 알고 있었다. 그러니 두려움은 점점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희망이 대체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시도했던 작업들인 아침걷기와 글싸기, 수영과 책읽기 등이 정말 큰 자산이 되어 나에게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다. 에너지가 넘침을 느낀다. 앞으로도 좌절이나 두려움은 언제나 주변에 있겠지만 이제 나에겐 희망이라는 잃어버리지 않는 방패와 무기가 있다. 그리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나를, '내가 원하는 나'가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