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7

가랑비 2023. 6. 21. 10:25

  이번에도 가족한테 같이 가는 거 물어봤는데 일찍 가야 한다고 해서 혼자 나왔다. 혼자 하는 것과 같이 하는 것도 장단점이 명확하다. 내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랑 뭔가를 같이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내 호기심에 따라 막 돌아다니는 것도 크다. 그래서 같이 하게 되면 내 호기심을 최소화한다. 혼자 할 땐 내 호기심이 드는 것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어서 좋다. 

 

  이번에도 일어나는 게 조금은 힘들었다. 가능하면 폰을 눈 뜨자마자 보는 것을 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폰 속에 있는 일들에 나의 에너지를 뺏기게 된 경우가 많아서 조절하려고 하는 중이다. 일어나기 힘든 날이면 폰을 더 보게 되는 경향이 아직 있다. 그래도 의식을 할 수 있어서 몸을 일으키기 어려웠지만 엎드려보고 뒤집어보고 하면서 다시 잠들지 않고 일어났다. 나오는 길에 비 오는 거 보고 우산을 들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쌀쌀해서 겉옷을 챙길 걸 했다. 그래도 많이 춥지는 않았어서 다행이다. 속이 안 좋아서 중간에 화장실도 들렀다.

  나와서는 먼저 호랑이 보러 갔다. 비를 맞아서 그런지 뒷다리 쪽에 안 보였던 점이 보였다. 오늘도 강인한 눈빛! 그런데 지난번처럼 강렬한 느낌은 없었다. 어쩌면 내 눈빛이 더 강렬해져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바로 물을 보러 갔다. 오늘은 여유가 조금 있어서 8시쯤에 나왔는데, 어제 6시에 나왔을 때랑 다르게 차가 많았다. 그리고 등교 중인 학생들이 많았다. 오늘따라 푸릇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오늘도 물 앞에서 보는데, 두루미 같은 애가 있어서 관찰했다. 사진도 찍었는데, 갑자기 고개를 쑥 빼길래 재밌었다. 그리고 팔각정으로 갔다. 이번엔 내려가서 물 옆으로 걸었다가 다시 올라갔다. 팔각정 도착해서 딱 앉으니까. 아까 그 두루미 같은 애가 날아가는 것을 봤다. 정말 가까이에서 본 것 같아서 좋았다. 

 

  찬찬히 걷고 있다 보면 갑작스러운 생각의 연결점을 발견하게 된다.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이라는 사람이 강연에서 말한 내용 중에 하나가 미안해할 줄 알고, 고마워할 줄 아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게 생각이 났다. 최근 인정 욕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쩌면 이 두 말 모두 인정을 내포하고 있는 말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걷다 보면 어제 있었던 일들을 환기하게 되는 시간도 많은데, 내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 느낀 날들이었다. 그리고 큰 변화의 시작점을 만나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설렌다. 아직은 꺼낼 수 없지만, 조만간 확실하게 다룰 예정인 내용이 있다. 이게 올해 나의 핵심 주제가 될 것 같다. 키워드는 욕구, 행동, 너(you)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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