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5

가랑비 2023. 6. 19. 09:32

  오늘은 여느 때와 비슷했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마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느지막이 일어나도 늦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이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크다. 가능하면 연락이 왔는지도 안 보고 일어나 보려고 하는데 오늘은 보게 됐다. 빠르게 답장을 하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컨디션이 적당하길래 바로 일어날 수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일어날 수 있길 원한다. 그럴 때일수록 몸을 일으키는 게 관건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일어나서 나가는데 가족이 같이 가겠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웠다. 가벼운 문제가 생겨서 다음에 같이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서 호랑이를 보러 갔다. 최근 헌터x헌터를 다시 보게 됐다. 예전엔 못 봤던 부분들이 새로이 보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고, 내가 관심 있게 보는 지점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 눈빛에 대한 부분이 의외로 인상이 깊었다. 그 눈빛에 담긴 내면의 힘은 의외로 관찰력이 좋으면 볼 수 있는 부분인 듯하다. 물론 그 눈빛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걸 의식해서 할 수 있을 정도면 뭐라도 할 사람일 것 같다. 오늘도 호랑이의 눈빛을 보면서 나의 눈빛도 강인하게 보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물로 가는 길에 어제 다시 생각해 봤던 따릉이를 빌릴까도 싶었다. 포인트가 문제였지 따릉이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자전거를 타도 천천히 가면 그만이니까. 근데 좀 늦게 나와서였는지 이미 다 사라져 있었다. 걷는 선택지만 남아서 그냥 걸었다. 가는 길에 오늘도 주변을 살피면서 가다 보니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였다. 구석에 쓰레기도 많았고, 호랑이 석상 옆에 경비원분 2명, 빗자루질을 하는 할아버지 한 분도 계셨다. 갑자기 다른 얘기지만, 소학에 빗자루질이 있다는 얘기가 참 흥미롭다. 나중에 한 번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에 서당을 다니면서 소학을 배웠다는 분을 알게 돼서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물어봐도 되겠다. 

  자연스럽게 현재 나의 감정에 관해 떠올리게 됐다.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제일 힘들어하는 감정이다. 창피함이다. 두 가지가 있는데, 나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창피함인 것 같다. 실력 때문이었구나. 스스로를 실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인한 창피함이다. 해소할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항상 하던 대로 창피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잘 해오진 못했던 부분인 실제로 실력을 기르면 되는 부분이다. 이번엔 두 가지를 동시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물을 보며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크게 몇 번 해준 뒤 팔각정으로 갔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 없는 줄 알고 위로만 갔는데 오늘 보니 있더라. 내려가서 물 옆으로 걷다가 올라와야지. 팔각정에 앉아서도 기둥에 기대서 큰 호흡을 더 했다. 잠시 있다가 이동했다. 돌아가는 길에도 여러 생각들을 거쳐갔다. 최근 키워드 중에 하나로 '기대'도 있다. 기대를 하는 게 그다지 좋게 작용이 안 되는 경험이 많아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기대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언제나 그랬듯 적절한 지점을 찾아낼 것이다. 

 

  오늘 이렇게 어떤 자극이 들어와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과거를 시간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하나같이 다 재밌는 소재들이었다. 오늘이야 말로 어떤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전을 얻을 수 있는 것을 깨달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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