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4

가랑비 2023. 6. 18. 09:58

  오늘 호랑이 석상은 한 번 하이파이브를 해보고 싶었다. 석상이 표면이 거친데도 어떻게 맞닥뜨리면 정말 찰진 소리가 난다. 오늘도 든든한 호랑이다. 눈빛이 강렬한 것이 어떤 느낌이 전달이 되는 걸까. 강인한 눈빛에 나에게도 전달되는 느낌이 미세하게 있다. 참 신기하다. 바로 물을 보러 가는데 오늘도 포인트 쌓는 거랑 팔각정에 가는 거리 생각해서 따릉이를 빌렸다. 그냥 걸어갈까도 싶었지만, 자잘한 경험들이 쌓이는 것에서 나의 취향을 파악해 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이 점이 나를 새로운 도전에 끌리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오늘도 따릉이를 타고 물을 보러 갔다. 다리 위에 멈춰 서서 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묘하다. 오늘은 처음으로 물소리가 온전히 인지됐다. 물소리에 집중이 가길래 한 번 눈을 감아봤다. 그리고 자연스레 폭포수를 상상하고 그 아래 있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진짜 물이 떨어지는 소리여서 그랬는지 꽤 몰입도가 있었다. 조금 눈을 감고 즐긴 다음 팔각정으로 갔다. 팔각정에 오늘은 아무도 안 계셨다. 이걸 원했다. 사람이 있어도 좋지만, 한 번은 아무도 없는 것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역시 신선놀음은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거 같긴 하다. 물이 흐르는 것, 피어있는 다양한 꽃들과 풀과 나무들 그리고 건축물 사이에 특이하게 홀로 있는 팔각정 속에 나를 생각하자니 참 재밌다. 

  오늘은 포인트를 얻으러 돌아다녀보려고 했어서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는 것을 신경 써서 조금 있다가 출발했다. 포인트를 얻기 위해 빠르게 다니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게 됐는데, 아침걷기와 성격이 정말 너무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포인트가 얼마 되지도 않고, 다른 시간에 해도 된다. 아침에 따릉이는 아직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시험 삼아서 해 봤는데, 아직은 걷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만보기를 보면 아침 걷기 여유롭게 하고 오면 한 3~4천 보를 걷는다. 옛날에는 1만 보 걷는 게 꽤나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그냥 좀 뽈뽈 돌아다니면 어느새 1만 보가 채워져 있는 것을 자주 접한다. 그러고 나니 1만 보가 간단한 일처럼 느껴진다. 내 삶에 필요한데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이 1만 보 채우기와 비슷하게 만들어보려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금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시간을 늘려나가는 중인 셈인데, 글을 손글씨로 쓰는 것에 매력을 느껴서 글따기를 하고 있다. 가볍게 생각해 보자면 글따기를 A4용지 양면 5장 채우기를 하면 달성하는 것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다.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그런지, 아이디어들도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의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다. 

 

  아침에 나와서 그냥 걷는 것뿐인데, 나의 호기심, 나의 새로운 도전, 나의 자율성, 나의 만족감 등 수많은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것은 물론, 건강도 챙기고 아이디어들도 많이 얻고 실제로 행동력도 늘어가고 있다.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작업을 발견해서 좋다. 어떤 목적지를 설정하고 가는 것도 좋지만, 한 개를 넘기지는 말아야겠다. 재미요소들이 매우 적어진다. 걷는 속도에서 안전하고 안정감 있게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주변 사물들을 보는 것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을 만끽할 것이다. 기분 좋게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너무 빠른 속도는 시선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다. 관점을 다양하게 가지는 것에 제약이 생긴다. 물론 그 제약에서 생기는 아이디어도 분명히 있지만, 빠른 속도에선 얻을 수 없는 것들이 느린 속도에는 많다. 속도가 빨라질 수록 시야각은 좁아지고 경주마처럼 되는 것 같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목표를 빨리 얻고 싶으면 빨리 가면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으면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사람이 일정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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