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가랑비 2021. 1. 7. 12:31

  짧은 지식이지만, 자본주의와 산업혁명 그리고 전쟁 등으로 인해 물질의 중요성이 비대해졌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이해하고 있다. 나는 그 속에서 물질을 갖는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구운몽같이 그다음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우연히 한 책의 제목이 내 눈을 거쳐 망막에 새겨지듯 뇌에 박혔다. '무소유'였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는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이 한 질문에 답하신 내용이다. 지금 다시 보니 최근에서야 본 의미를 이해하게 됐지 싶다. 나는 막 이성에 눈을 뜰 시기 즈음에 무소유라는 책 제목을 봤다. 이 단어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시 나의 삶과 비슷했기 때문이었을까. 매력적으로 보였다. 많은 욕구를 근원에서부터 제어하려고 하고 있었다. 직, 간접 경험을 통해 본 여러 문제점들의 원인은 사람의 과도한 욕심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무엇이든지 욕심내지 않으려고 했다. 좋은 점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든지, 진짜 중요한 것이 뭔지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안 좋은 점은 성장이 멈춰버렸다. 뭐든 다 부딪히면서라도 경험해야 성장할 시기에 내 욕구를 제어한답시고 차단 수준으로 해버렸다. 

  사람은 어떤 것이든 실제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것을 100%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삶을 궁금해하면서 실제 경험하지 않고 머리로만 이해하려 들었다. 무소유라는 책도 제목만 보고 다 이해했다는 듯이 읽지도 않은 게 그 단적인 예이다. 나중에 깨닫고서야 '왜 제목을 그렇게 지어가지고 헷갈리게 만드냐' 탓도 잠깐 했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시의 나에게 괜찮으니 자존심 부리지 말고 직접 부딪혀보라고 해주고 싶다. 다행히도 사람들과 계속 마주치면서 나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았다. 나는 머리로는 이해했고, 결정한 내용에도 실제로 어떤 상황을 겪었을 때 튀어나오는 나의 반응은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스스로를 종종 발견하게 되면서 많은 혼란을 겪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것을 한 가설을 통해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사람은 감정과 이성으로 구성되고 교집합도 있지만 아닌 부분이 있다. 즉, 연동이 될 수도 있고 별개로 작동될 수도 있다. 머리로 이해했어도 감정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마치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 겪을 때마다 머리로 감정을 잘 타이르면서 같이 손 잡고 걸어가려고 하고 있다. 

 

  사람은 세상을 알아가면서 나를 찾아간다. 내 몸이 욕구하는 것, 내 머리가 욕구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뭐가 진짜 나에게 중요한 지는 겪어 본 세상 안에서 보게 되어있다. 그래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계속해서 세상을 겪어보려 한다. 그래야 진짜 무소유, 내가 필요한 것만 가지는 것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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