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나의 힘

가랑비 2021. 1. 9. 12:31

  하루를 사는 것은 사소한 일이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처럼 내가 있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내일에도 일어날 사소한 일이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그 사소함으로 불러지는 것 같다. 사소한 변화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 원인이 제거됐을 때가 딱 그 느낌이다. 그리고 재밌는 일, 보람을 느낄만한 일을 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정신은 깨도 잠에 다시 들고 싶어 하거나, 아침에 상쾌하지 않고 멍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겨우 일어나서 뭔가 하더라도 손에 안 잡히고, 그렇게 오후 4시 30분이 지나도록 한 것도 없다고 느끼면서 잘 시간이 지나고도 뭔가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나날이 지쳐가기만 하는 것 같다면 최근 알려진 '무기력증'일 수도 있다. 무기력함은 우울감이 자라기에도 적합한 환경일 것이다. 막연하게 나를 억누르는 듯한 그 무력감은 마치 보이지 않는 적에게 나도 눈치 못 채는 사이에 생명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그런 하루에서 벗어나고서야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확실히 알았다. 탈출하고 나서야 이게 방법이었겠구나 할 뿐이지만, 그 방법은 효과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마주칠 때 이걸 해결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고, 계속해서 나와 마주하기 위해 깊게 들어가는 방식이 오히려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힘을 줬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이고 싶을 것이다. 방법을 모른 채로 살다가 습관을 바꾸기 어려워서 체득하지 못할 뿐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한 방법을 몰랐기도 하고 어리기도 했다. 영화 '1900의 전설'로 개봉된 영화에서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식의 대사가 있다. 정말 그 말처럼 나도 한 사람 덕에 큰 안정감을 느끼고 조금씩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가족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누구든 간에 존재 자체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양분으로도 꽤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그게 잘 전달이 이뤄지지 않는 관계에 속해있다면 꽤 큰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내 힘이 새 나가는 가장 큰 구멍이었다. 가족에게서 안정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이 정말 어려운 부분이다. 대화의 기술을 익힌 후 조금씩 바꿔나갔다. 가족도 나와 같이 맞춰와 준 덕에 큰 구멍을 막을 수 있었다. 구멍을 막고 나서야 에너지가 새고 있었다는 것 또한 알아챌 수 있었다. 

  안정을 느끼고, 새고 있던 힘을 잡아내니 일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생각으로 하던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달리기를 하고, 활동을 늘리니 배가 고파서 요리를 해 먹고, 밥을 잘 챙겨 먹으니 든든하고 잠도 더 잘 자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내가 보람을 느끼거나 재밌어하는 일을 조금씩 하니 기분이 좋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해도 힘이 오히려 더 생기는 일들이 있었다. 그건 크기는 작을 수는 있어도 마치 내가 살아갈 이유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이건 그냥 이것만으로도 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매일 해야 힘이 나고 재미를 느끼고 살아갈 이유를 느낄 것이다. 다시말해서 오늘이 좋았고, 내일도 좋으면 하는 기대감에 아침에 상쾌하게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 원인들을 찬찬히 찾아보면서 없애서 새는 힘을 잡아내고, 나의 에너지 원천이 어디서 나는지 찾아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원인을 찾고 원천이 어딘지 찾는 것은 또 그것대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야 말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필수 코스이며, 고지를 차지하는 일이다. 그 이후의 삶은 아마 스노우볼이 커지듯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점점 빠르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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