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가랑비 2021. 1. 8. 12:31

  한참을 이 닦기를 싫어했었다. 아무리 이 위에서 세균들이 똥을 싼다고 한들 눈에 보이지 않고 체감할 수가 없었다. 내 의지로 이를 닦기 시작한 것은 내 입냄새를 내 코가 인식한 뒤부터였다. 이미 이가 몇 개 썩은 뒤였다. 참 어리석었다. 다행히 치과치료와 매 식사 후 3분 이 닦기를 통해 지금은 잘 유지 중인 편이다. 하루 한 번 30분 투자로 여러 가지 질병을 막고,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준다는 게 있다면 나는 무조건 하겠다고 할 것이다. 근데 그게 바로 운동이었고, 나는 한 번 더 지혜롭지 못했다. 하루 한 번 30분 땀 흘릴 만큼의 가벼운 활동만으로 많은 것이 바뀐다.

 

  더 어릴 때 축구, 어릴 때 배드민턴, 한 때는 수영으로 가볍게 스포츠를 접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많이 어릴 때는 축구하는 애들이 너무 재밌어 보여서 무작정 따라 하게 됐었다가 그 무리를 벗어나니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다. 좀 어릴 때는 배드민턴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재밌어 보이길래 같이 시작했다가 또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다. 재미있어 보여서 잠깐씩 했던 정도가 전부였다. 덕분에 운동이라고는 전혀 몰랐던 나도 하체는 비교적 정상 범주였는데 상체가 너무 마른 건 여전히 신경 쓰였다. 다리엔 그래도 살이 좀 붙어있는데 갈비뼈가 빨래판같이 드러나있으니 내가 볼 땐 더 마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체력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한 때는 밥도 제대로 안 먹고 돌아다니기는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체중은 계속 내려가다가 한 번 식중독까지 걸려버렸다. 그렇게 입원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별일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골로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시기에 문득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이를 계기로 당시에 개인적으로 접근성이 비교적 높았던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

  새벽 수영을 신청해서 초반에는 여전히 여러 번 빠졌다. 하지만 꾸준히 시도한 끝에 출석률을 높이자는 목표를 설정했고, 그게 잘 먹혔다. 네 가지 영법을 시늉은 부릴 줄 아는 정도가 됐고, 상체에도 사람 같이 보이게 근육이 붙어 굉장히 뿌듯했다.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느는 느낌도 좋았다. 물의 저항으로 내가 앞으로 나간다는 것도 마냥 재밌었다.  이때 느낀 수영의 장점은 운동을 꾸준히 하기에 아주 적합한 것들이었다. 일단 가기만 하면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해도 늘게 된다. 땀 흘려도 어차피 샤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번거로울 것은 없었다. 물론 수경 같은 준비물 등을 챙겨야 하는 점이 번거로울 순 있었겠다. 그래도 나는 '일단 출석만 해도 된다'는 강력한 문장을 얻을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 로망이 있었다. 어릴 때 7시 등교였을 당시에 등교를 간당간당하게 하는 게 익숙했다. 어느 날 문득 5분만 일찍 준비해도 등교시간에 이렇게 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딱 때리면서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좀처럼 실현시키기는 쉽지 않았는데, 왜인지 수영을 시작하니 저절로 아침에 눈이 떠지는 게 너무 좋으면서 너무 충격이었다. 수영을 하루라도 가면 내가 얻는 이점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니 점점 가고 싶어 지는 것이었다. 수영이 나에게는 작은 도전의 작은 성공들의 집합체였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건강을 얻는 좋은 시작이 되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수영을 하지 못하게 된 뒤로 자전거를 잠깐 거쳤다가 달리기에 정착 중이다. 접근성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세상은 공식으로 풀어헤쳐 나가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래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매력적인 것 같다. 운동이 일상이 아닌 우리에게 시작하긴 어렵지만, 사람의 몸은 운동이 필요하다. 스트레칭 한 번 동작 한 번이라도 도움이 된다. 하루 한 번 30분 땀을 흘릴 만큼의 활동을 어떤 것이든 출석만 해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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