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구운몽

가랑비 2021. 1. 6. 12:31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나는 수업에 집중하진 못 했지만 문학작품은 나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신선함과 충격을 가져다 준 작품이 여럿 있었는데 구운몽이 그 중 하나이다. 어린 나이에 왜 이런 것에 관심이 있었을까에 대한 답은 아직 확실하진 않다. 아마 부귀영화를 좇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성진이 된 것처럼 나는 동양풍 그림 속에 절과 산에 걸친 구름 위와 절을 드나들었다. 꽤나 생생해서 내가 직접 겪은 경험같이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또한 그를 통해 나는 한 가치를 마음에 새기게 됐다. 이런 식으로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간접 경험이 가져다 주는 것이 직접 겪는 것 만큼의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국어시간에 꽤 자주 느끼곤 했다.

 

  최근 빠르게 구독자 수가 늘고 있는 유튜버, 조승연이라는 분이 있는데, 책을 많이 읽으며 자신만의 책 리스트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상 깊었던 말이 그 책을 그 사람과 동일시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또, 뇌과학박사로 세바시같은 강연으로 최근 접하게 된 분이 있는데 나노 레벨의 수준에서 다른 사람이 같은 내용을 접하게 됐을 때 뇌에서는 같은 부위가 활성화 된다는 점을 근거로 스토리, 씨앗의 중요성을 말한다. 우연히도 유명 작가인 스티븐 킹의 글쓰기 책인 '유혹하는 글쓰기'에서도 정신 감응에 대한 내용이 믿든지 말든지 하는 느낌으로 언급이 된다. 근거가 확실하진 않지만 내 흥미를 유발하는 재밌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는 이 내용이 꽤 가볍게 들리지는 않는다. 

  나는 꾸준히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동시에 안정을 느끼거나 이득을 얻고자 같은 것을 반복하는 일도 많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그 재미를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새로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사람을 또 만나더라도 사실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아서 대화가 끊기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느정도 친분이 있지 않는 이상 깊게 대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간접 경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책 보다는 영화나 웹툰, 그리고 유튜브 등으로 더 자주 접하긴 했다. 최근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조승연씨의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책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언제부터 시작된 의문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 갈증을 느꼈다. 다른 게 아니라 나는 누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삶에 대한 의문이 너무 크게 다가왔던 탓에 항상 궁금한 것은 인생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근데 소극적인 탓에 누구에게도 물어보지는 못하고 혼자 생각하고, 문학을 읽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속으로 궁금해 했다. 당시엔 너무 답답하고 막연하고 어려웠는데, 지금 나를 보면 잘 헤쳐나간 것 같아 참 기특하다. 내 삶은 구운몽처럼 드라마틱하진 않다. 다만 상상을 하며 부귀영화를 누려보고 맹목적으로 그것을 좇는 것이 내가 갈 길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구운몽을 통해 인생의 일부를 배웠고 씨앗을 받았으며 일종의 정신감응을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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