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3

가랑비 2023. 6. 17. 08:37

  컨디션이 회복이 필요한 것 같아서 오늘은 8시까지 푹 잘 예정이었는데, 어째선지 눈이 떠져버렸다. 눈이 떠진 김에 얼른 걸으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꿈틀댔다. 누워있는 몸을 옆으로 돌려서 이불 같은 걸로 받침을 대서 등을 30도 정도 기울였다. 이렇게 했더니 신기하게도 훨씬 편했다. 누워있는 자세가 내 몸에 안 맞는 상태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괜찮은 느낌이길래 얼마 안 지나서 곧 90도로 등을 기울였다. 그러고 있으니 훨씬 몸이 편해지는 것이 아닌가! 일어나는 동작도 깬 상태에서 바로 일어나려고 하는 게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이런 식으로 일단 등을 기대 보고, 앉아 보고, 주변 돌아봐 보고 해도 신선한 느낌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오늘도 아침걷기를 안 할 수 없다. 나올 때는 별생각 없이 나왔는데, 오늘도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일단 먼저 호랑이 친구, 오늘도 아주 듬직하다. 눈에 생기가 있다. 한 번 돌봐준다 생각하니 뭐라도 해줘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포인트 모으기도 했다. 아침에 가족이 틀었던 노래가 맴돌았다. 노래가 좋으니 그냥 흐르게 뒀다. 오늘도 물을 보면서 리프레시가 돼서 좋았다. 어제 가족이랑 같이 산책하면서 발견했던 작은 팔각정이 눈에 다시 보였다. 잊고 있었는데 마침 가보기로 했다. 갔더니 아주머니 4분이 와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정말 일찍 일어나시는구나 새삼 놀랐다. 그리고 담소를 나누고 계시는 분, 유튜브 보시는 분 물멍하고 계시는 분 다양했다. 나는 물멍을 조금 하다가 팔각정에 위에 걸린 작은 현판들이 있었는데, 그림과 글들이 있었다. 흥미로웠다. 글을 쓰다가 남의 글을 본 기분이 들어서였는지, 내용이 감성적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내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팔각정이 나무로 되어있고 의자도 나무라서 딱딱할 거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굉장히 편안했다. 얇게 나와서 이른 오전이라 약간 쌀쌀했는데, 따뜻한 느낌이 있기도 했고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튼튼한 나무일 텐데 이런 느낌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이 팔각정 또 오게 될 것 같다. 좀 거리를 더 걷게 돼서 시간이 좀 지났다. 아마 자전거를 타는 것도 고려해봐야지 싶다. 

 

  평소엔 꿈을 진짜 안 꾼다. 요새 잠을 들쭉날쭉 자게 돼서 꿈을 몇 번 보게 됐는데, 그럴 때마다 참 의아한 꿈들을 꾸게 된다. 가끔씩은 이런 시간 있어도 괜찮겠다 싶다. 평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모습을 보게 될 때도 있고, 나는 같은데 다른 상황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정말 소설을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라서 첨단 XR 기술(?)이 따로 없다. 

  최근 드디어 나의 일상을 지켜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생각으로는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한 느낌이다. 청소를 하면서 과거의 기록들을 찾게 돼서 과거의 나의 문장들을 마주하게 됐는데, 그때 그리던 미래의 모습이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내가 아닌 나를 기록한 것이었다. 그 기록이 지금의 내가 되어있다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똑같구나, 달라진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묘하게 아이러니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잇는 것은 다름 아닌 문장이었다. 그 문장의 시작이 나의 생각이었던 것이고 생각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웜홀(?)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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