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9

가랑비 2023. 6. 13. 10:23

  밤새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푹 자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충분히 자고 리셋해서 다음 과제와 시험으로 달려봐야겠다. 몸은 이미 자고 싶었던 것 같다. 계획이 틀어진 셈이지만 기분이 상하지 않고 다음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오늘도 어제 같은 여유있는 아침걷기는 아니었지만 비교적 기분 좋은 아침걷기다. 

  뿌리 깊게 자리했던 공포심에 가까운 두려움을 마주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내가 처음 의도했던 대로 계획처럼 공부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겠구나 하는 강한 추측이 생겼다. 

  두려움에 휩싸여 꽁꽁 언채로 잡아먹히는 짐승같이 공부에 임해왔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니 행동의 부재로 인한 두려움이었다. 다 들어봤던 복습, 예습, 미리미리 하는 것 등을 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그게 당연한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두려움에 눈과 귀가 멀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런 상황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내고자 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덕에 수업을 끝까지 따라가는 경험을 해냈다. 처음엔 10분 때라가는 것도 버거웠지만 지속적으로 몇 주에 걸쳐 연습을 했다. 이젠 더 이상 수업을 못 따라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다. 이렇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야 다음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업을 끝까지 따라가고자 노력했을 뿐이지 돌이켜 보니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더 많았다. 교수님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 투성이였다. 그런데 갑작스런 돌발 질문, "여기까지 내용 이해하는 사람?", 나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부끄러울 것이 아닌데 침착할 필요도 없지 싶다.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터라 다른 학생들이 손을 드는지 보고싶었지만 딱 옆쪽에 곁눈질로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밖에 없었다. 몇 명이 손을 드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반대로 질문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머뭇대던 차에 옆쪽에 앉아있던 사람이 손을 들길래 나도 잽싸게 들었다. 

  더욱 당황스럽게도 교수님이 나에게 질문했다. 어디서부터 이해가 안되는 건지 물었고, 여기는 이해되냐고 세 차례 정도 지나면서 보니 큼직한 부분은 이해는 했다. 보니까 수식에 대한 이해가 안 되어 있었고, 교수님이 이 때 하신 말에 은근한 충격을 받게 되어 각인이 됐다. "복습을 안했네~" 

  웃기게도 나는 이때가 되어서야 복습이 당연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와 같이 당연하겠지만 내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을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하나씩은 얻었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점진적으로 나에게 쌓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왜 나는 이런 것을 예상하지 못 했을까? 예상하려는 생각조차 못해봤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낀다. 예상할 수 있다면 미리 대비할 것이다. 지금 나의 앞으로의 방향은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이번 수업들을 들으며 얻은 스킬들을 적극적으로 써서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닥칠 위기를 미리 예상해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물론 지금의 나는 두려움을 돌파해나가는 경험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위기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범위들 드라마틱하게 넓혀 줄 수 있는 것은 행동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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