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건강

이러다 갈 수도 있겠구나.

가랑비 2023. 6. 8. 12:46

  대학에 들어와서 방황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를 겪었다. 그 방황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겠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나를 챙길 줄도 몰랐고 다른 사람들과 잘 교류하는 법도 어렵다고 느꼈다. 의욕도 꺾여가고 밥도 잘 못 챙기다가 결국 아파버렸다. 기운이 쫙 빠지고, 땀이 죽 나고 배탈이 나고 그러면서 앓아누웠는데 이때 처음 타이레놀을 먹어봤다. 지금 생각하니 웃긴데, 아프면 병원 갈 생각을 안 하고 그냥 앓아누워있었다. 그나마 예전보다 좋은 변화는 약을 챙겨 먹은 것이다. 그러고 다음 날이 되어서 좀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병원에 갔다.

  어쩌다 보니 의원도 갔다가 병원으로 가게 됐었는데 결과는 식중독이었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 다 멀쩡한 것 같은데 나 혼자만 식중독에 걸린 것 같았다. 왜 제일 아플 때 안 왔냐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입원이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대학생 1학년이면 한창 놀러 다녀도 모자랄 판에 중2병 걸린 학생처럼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이 더 컸다. 그렇게 입원을 해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을 여유롭게 누리게 됐는데, 링거를 맞으면서 그 거치대를 끌고 복도를 돌아다니며 창밖도 보고 시간을 보냈다. 분명 그때도 많은 생각을 했을 텐데 기억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딱 하나뿐이다. '이러다 갈 수도 있겠구나.'였다. 

  그렇게 평화로운 병원 생활을 마치고 당시엔 그게 당연한 것이었어서 몰랐던, 고통스러운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럼에도 이 생각이 자리 잡아서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됐다. 건강을 어떻게 챙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무엇을 해야 좋을까, 얼마 고민하지 않은 채 수영을 하는 것으로 귀결이 됐다.

  수영을 하기로 했으니 준비해야 하는 것은 수영장 등록과 수영복 준비이다. 이때 수영을 하기 몇 년 전에 집 근처 수영장 두 군데를 경험해 봤다. 수영복도 이때 준비했던 것을 오래도록 썼다. '뭐 한다고 비싼 걸 써'하면서 수영복은 그냥 제일 싼 걸로 했다. 구민체육센터랑 청소년수련관에 있는 수영장이었다. 집에서 가깝고 시설이 좋을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구민체육센터는 시설이 좋고,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지 사람이 몰려서 오픈런을 해야 겨우 등록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아쉽지만 당장 하고 싶으니 거리는 좀 더 멀어도 수련관에 있는 수영장을 찾게 됐는데, 당시에는 청소년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더 저렴하고 등록도 여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설이 아쉬웠다. 이런 경험이 있었다 보니 학교 근처 수영장도 찾아보게 됐는데, 학교 근처에도 수련관 수영장이 있어서 바로 찾아가 등록했다. 다행히 여기는 시설이 만족스러웠다. 

  예상하다시피, 수영을 다니기로 결심한 것은 수영을 잘 다니게 되는 것으로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 경험했던 수영장들도 사실은 한 달 등록해 놓고, 한 번 다니고 말고, 끽해야 2번 다니다 말았던 경험이 있었고, 친구랑 같이 다녔던 건 그나마 1~2주 다녔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첫 달에 1번인지 2번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렇게 마무리 됐었다. 그런데 달랐던 점은 그때 갔던 수영에서 좋았던 점이 남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수영을 다녀왔던 날과 아닌 날을 비교하게 됐고, 수영을 다녀왔던 날에 더 기분이 상쾌했던 기억이 난 것이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을 등록했다. 여전히 잘 다니게 되는 것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2~3번 갔을 것이다. 이쯤 느꼈었나? 물에 들어가 물을 밀면 내 몸이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이 얼마나 좋았던 걸까. 당시에는 표현 능력이 달려서 무표정이었겠지만, 좋았던 감각은 몸에 각인이 되고도 남았다. 나는 비교적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었던 것 같다는 점도 수영에 빠지게 된 계기 중 하나인 것도 같다. 물론 왕초보 기준에서 일 뿐이지만, 수영을 계속하는 게 중요했고 내 환심을 사는데 충분했다. 옆에 계신 할머니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젊으니 금방 잘하네~!"라는 말은 한 켠으로는 할머니에게 측은한 마음을 느끼게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때는 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할머니! 젊지 않아도 잘하실 수 있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렇게 수영의 매력을 느끼게 됐던 나는 다시 한번 더 등록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접근하겠다 마음을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것 같다.

  수영을 등록할 때 자유수영, 강습이 있는데, 강습을 다니고 있었다. 수영을 모르니 배워야지 하는 생각으로 당연하게 강습으로 등록했다. 가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살짝 알려주고 뺑뺑이를 돌린다. 아주 작은 것부터 가르쳐주고 뺑뺑이를 돌리니 학습효과가 꽤 좋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생각하길, 일단 가기만 하면 된다. 일단 가면 실력은 자연히 늘게 돼있다. 실력이 늘으니 더욱 재밌다. 재밌으면 계속하고 싶어 진다. 이 경험이 나의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된 아주 중요한 첫 단추였다. 나만프의 핵심 내용으로 나중에 다시 다루겠다. 다시 돌아와서 결론은 일단, 출석을 하자. 그래서 나의 수영에 대한 첫 목표는 출석률 100퍼센트 찍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100퍼센트는 처음부터 찍진 못했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100퍼센트를 찍는 순간을 경험했고, 당연한 것이 되는 시점이 왔다. 그렇게 나는 수영을 코로나가 터져서 못 가게 되기까지 3년 가까이하게 됐었다. 내 인생에 첫 성취이자, 가랑비의 성과로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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