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도움 요청하기

가랑비 2023. 5. 31. 13:06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변 사람의 도움을 통해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중에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도움 요청도 포함이 되는 것 같다. 무언가 시작하거나 배우는 입장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어떤 형태, 어떤 방식이 됐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는 도움 요청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했었다. 기억이 나는 몇 가지 스토리 중에 하나를 다뤄보자면, 담임선생님이 보조교재를 주려고 부르셨는데 그걸 보고는 무려 '거절'을 했다. 그 시기에 나는 뭔가 결단을 내리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거절한 이유가 참 안타깝다. 이전까지는 주는대로 받아왔었지만, 그렇게 교재를 받아도 결국 보지도 않고 썩히기만 하니 이 교재 또한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럴 바엔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거절을 하는데도 뭐가 그리 억울한지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도움을 줘도 받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랬던 내가 세월이 지나서는 180도 바뀌는 경험이 이런 것일까 싶은 경험을 하게 됐다.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그 당시 당장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나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더 도전해보고 싶었던 게 많았고, 의욕이 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리게 됐다. 참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생기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데 혼자 해낼 수 있는 부분의 한계를 본다는 것이 좌절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시피 연결이 됐다. 그 덕에 이 동아리는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10년은 거뜬히 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의 본업은 아직 동아리 운영하는 것으로 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다시 학업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를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에 걸쳐 못하던 것을 바로 해내기란 역시 또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래도 그동안 길러왔던 나의 내면 자산 덕에 겪는 문제들을 천천히 묵직하게 해결해 나가는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해야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드디어 잘 해냈다고 판단이 서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을 하고, 수업에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에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예습과 복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고 시도해 보고 이것이 당연해져야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는데,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이런 과정에서 내가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애초에 무너지지도 않는 것도 방법이 아닌가. 과정의 즐거움을 늘리니 힘든 것이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 남아있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 요청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려워한다. 이것이 바로 학습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인가? 왜 혼자 좌절에 빠지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이 없다. 물론, 공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나도 겪고 있고 잘 아는 부분이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게 생기거나 궁금한 게 생기거나, 다룬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하는 등이 있어도 질문할 수 없는 것도 잘 안다. 그러니 수업 끝나고라도 질문하면 다행인 것도 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나는 알면서도 질문하기 전에 예의차린 답시고 공부를 더 해보고 생기는 질문이 있으면 모아서 따로 질문해야지 해놓고, 하다 말거나, 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도움 요청하는 것, 질문하는 것에 습관을 들여야겠다. 이 과정에서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겠다. 또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겪어 온 쓸데없는 좌절감으로 인해 생긴 두려움과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박살 난 자신감 때문에 못하고 있던 것들을 다 던져버려야겠다. 

  마주하고 달려들고, 피드백에 상처를 받을 게 아니라 성장하는 가이드라인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막막하다고 좌절하고 딴 짓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도 내팽겨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수업자료를 천천히 읽어보기를 했나? 교과서로 불리는 책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필요한 내용만큼이라도 천천히 봐보기라도 했나? 이런 기본 중에 기본조차 하지 않아놓고 덮어놓고 나는 못할 거라고 도망가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제는 이런 이유 찾는 것은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테니 어떻게 해야 변화를 얻을 수 있는지에 집중해보고 싶다. 다른 게 아니라 도움 요청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냥 질문하는 거다. 찾아보고 자료 읽어보고 궁금증이 생기는 것들을 바로바로 기록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보는 거다. 여기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고, 진전이 느려 급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것도 결국은 포기하는 지름길인 것을 이제는 안다. 또한, 이 길이 내게 의미가 없고 보다 중요한 것이 다른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됐든, 지금 나는 이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물론 한 때는 등떠밀려서 이렇게 왔지만, 적어도 지금은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이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이다. 이 선택의 결과가 후회는 없게 해야한다. 또 변명을 늘어놓으며 결과가 처참했던 이유에 대해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단순하다. 그냥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수업 자료를 읽고, 모르는 용어가 있으면 검색해보고,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으면 다른 자료들을 더 참고해보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는 등의 작업을 하면 된다. 단순하다. 이 과정에서 좌절을 겪을 이유가 없다. 왜 나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건가. 의식적으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행동하는 모습이 변하지 않는 것은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하고 있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다 해보고, 그 때 가서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도 좌절할 필요 없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테니까. 도움 요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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