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30 무엇을 보는가

가랑비 2026. 2. 2. 11:10

  내가 선택한 '나'가 내가 된다. 무엇을 보기로 선택했는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것을 선택하고자 한다. 책과 가까이하고 싶다. 왜 책과 가까이하고 싶은가?를 나열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겠다. 책과 가까이하기 위해서, 처음 생각은 집을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았고, 대신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다행히 집에서 얼마 안 가도 있는 책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있었고, 며칠 동안 들르고 있다. 내가 바라던 모습이 오늘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유튜브 대신 활자와 친해져서 활자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다. 물론 활자 대신 내 눈, 내 피부, 내 귀로 직접 접촉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지만, 자원의 한계로 무엇을 직접 접촉할 것인지 고르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최근 한 달 사이 나는 드디어 바라던 모습을 향해 가는 궤도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막연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방법들이 한 데 모여 길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는 값진 경험일 뿐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확보되면서, 헬스장을 집 앞으로 변경했다. 주 3회 가던 것을 매일 가는 것으로 바꾸었다. 하루에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게 있어야 활력이 생긴다는 것이 체감되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이래저래 하면서 헬스장을 못 가게 되는 날이 좀 생겼다. 그러면서 그동안 운동을 하며 비축해 두었던 체력을 까먹는 것처럼 해소되지 못한 피로감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매일 헬스장을 가는 것으로 바꾸면서 다시 활력이 생기고 체력이 쌓이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밥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집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 가능한 것도 맞지만, 이를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 것도 있는 듯하다. 요리해 먹는 즐거움과 성취감은 내 몸과 마음을 깊은 곳에서부터 채워준다. 장이 별로 좋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은 잘 겪지 않는 듯한 현상을 달고 살았다. 특히 배탈이 자주 났는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화장실 가기 직전에만 있으니, 그전에는 이게 안 좋은 상태인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졸리고, 유독 피로감이 높고 그런 날들이 있어왔는데, 돌이켜 보니 그러기 전에 배탈이 났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이제는 아주 작은 배탈이라 하더라도 주의 깊게 보고 빠르게 약처방을 받기로 대처하기로 했다. 내가 직접 해 먹는 요리 대부분 신선한 상태이며 내게 적정한 간을 해서 만들어 먹기 때문에 속이 불편해진 적이 없었다. 끝이 편안한 식사가 점차 중요해짐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집에 있으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 늘게 되었다. 특히 함께 밥 먹고, 티비 보고 하는 시간이 많다. 이것도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요리를 더 많이 하게 되었기도 하다. 유튜브 보는 게 내가 엄청 선호하는 게 아니다 보니,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가족과 편안하게 이렇게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멈추고 누리기로 했다. 지난번에 토이스토리를 보게 되었을 때에도 가족들이 여럿이 있었지만, 내가 토이스토리 보고 싶다고 하니 볼 수 있게 양보해 주는 것에 감사했다. 의도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의식적으로 많이 쌓아두고자 한다. 그래야 내가 친밀감을 얻고 가족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결고리가 끊겨 있던 것이 누구의 탓이 아님을 알고 더 나은 시간을 보내고자 함이다. 

  재밌다. 의미 있다. 맛있게 배부르다. 땀 흘리고 활력이 넘친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처하여 어렵지 않게 극복한다. 궤도에 올랐음을 느낀다. 그 사이에 책과 가까워지는 발걸음을 디뎌서 책에게 다가간다. 이게 가장 난관이었는데, 정말 다행히도 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퍼포먼스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진다는 얘기이다. 처음엔 3페이지, 5페이지, 한 챕터, 2시간, 3시간 책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내게는 정말 고무적인 경험이다. 이 경험을 내 직접 만들어냈다는 것에 더욱 활력을 얻는다. 내가 원하는 모습 속에서 살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드디어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한 가지 더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도서관에 가서 책구경을 하면 스멀스멀 신이 난다. 이 세상 모든 지식이 모여 있는 것 같고, 내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어 풍요를 느끼는 것 같다. 한 번도 쥔 적은 없지만,,, 내게 이런 욕망이 있는 줄은 몰랐다. 새삼 웃기고 신기하다. 그리고 걸어 다니면서 나무 가지들에 핀 이파리들을 팔을 뻗어 손에 파라락 스쳐 지나가게 하는 것처럼 책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책, 제목들에 손을 뻗는다. 책을 하나 집어서 파라락 파라락 해본다. 그리고 목차를 살피고 흥미를 끄는 대목에 가서 몇 페이지 스르륵 훑어본다. 그러면서 얻는 인상 깊은 문장을 한 번 눈에 새기고 지나간다. 그러다가 한 가지 어이없는 사실에 도달한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요리, 인테리어, 운동 다양하게 관심이 가지만,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사람과 인생에 대한 이해, 글쓰기나 말하기 이런 것들에 더욱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고 깨닫는다. 다음에 다시 그쪽을 더 서성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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