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27 책 속 산책

가랑비 2026. 1. 23. 11:17

  오늘은 어제의 영향으로 목적지가 정해져 버린 산책이었다. 그래도 그 속에서 자율성과 예기치 못할 만남들이 있다는 점이 다시 보였다. 일시적인 목표가 생긴다고 해서 산책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또 아니구나 다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간 곳은 평생학습관과 마트 두 곳이었다. 평생학습관에서 입구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에세이들에 눈길을 보내보았다. 성이 같은 작가들이 여럿 보이고, 눈길이 가는 책들 중에서 유독 더 손길까지 가는 책 한 두 권을 뽑아 몇 페이지 읽어보았다. 하나는 도서관 관련 책이었고, 하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작가가 된 인터뷰모음집이었다. 확실히 나의 관심사가 현재 책이나 도서관 그리고 일상 이렇게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더 손길을 보내보려고도 했던 것 같다. 

  가볍게 살핀 뒤에 코너들을 한 바퀴 돌았다. 이렇게 돌고 있다 보면, 왕좌의 게임에서 학사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캐릭터가 나오면서 도서관의 내부를 구경시켜 주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코너 제목이 00학, --학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 세상의 지식이 여기에 다 모여있구나 하며 여기 있는 지식을 모두 얻는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짧게 한다. 도서관에 들를 때면 그런 욕심(?)이 난다. 물론 이전까지는 행동으로 옮겨본 경험이 잘 없었는데, 이번에는 시도까지 이어져보게 해볼까 싶다.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그림이다.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편리하고 유용한 것들도 정말 많다. 그러나 그 출처나 편집 과정을 살펴보면 유통 과정에서 손실되거나 첨가되는 게 안 생기리란 보장이 없다. 애초에 뉴스 전달하는 것에도 은연히 묻어 나오는 게 있는데 유튜브는 어떻겠나. 

  책이랑 더 친해지고 싶다. 나는 생산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 차라리 내가 정보를 제작까지는 어렵더라도 가공, 유통하는 사람이 되는 게 내가 더 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것을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데, 차라리 원저를 읽는 게 더 편리하겠다 싶어진다. 그동안 나는 뇌피셜로 씨부리거나, 착각에 빠져 상상하거나 하는 것에 불과했다. 뇌피셜도 나름이다. 내가 하는 건 너무 틈새가 많은데 나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일 테다. 이런 사고의 흐름 속에서 차라리 책을 접하게 된다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선다. 아무리 못하더라도 그 책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나 이론이나 경험이 출처표기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쪽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니 차근차근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면 되겠구나. 

  마트에 간 건 요새 해먹은 음식 중에 파스타가 절반이었는데, 웬걸 생선이나 고기를 같이 곁들여 먹으니 영양도 챙기고 맛도 좋더라. 면 삶는 것도 몇 번 해보니 만족스러운 느낌이 나왔다. 심지어 여러 번 먹었는데도 속이 불편한 게 없는 게 아닌가. 최근 속 편한 음식을 찾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던 중에 파스타가 나타났다. 점심에 다시 해 먹으려고 보니 파스타가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파스타 사러 갔다가 다시 마주해 버린 문제, 뭘 사야 하지? 동생이 골랐을 때 괜찮았다던 브랜드가 있어서 거기에서 골랐다. 그리고 스파게티 면 대신 도전해보고 싶은 게 생겨서 그걸로 구매했다. 식감이 좀 있는 게 좋은데, 링귀니가 이번에 호기심이 생겼다. 단면이 길쭉한 송편같이 생겨서 양끝이 얇은데, 여기는 푹 익을 것이고 속은 식감을 남게 할 수 있을 테니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식감이 되려나 싶어서 직접 삶아보고 싶었다. 배고프다.

  이번 산책은 내가 필요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산책이었다. 특히 책 속에서 걷는 경험은 더 해보고 싶다. 활자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는 것에 동경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대학원 생활하면서 그래도 많이 친해진 편인 것 같긴 한데 일상 속에도 스며들면 좋겠다. 인상 깊은 게 앞서 언급했던 책 제목을 보고 고를 때 도서관과 일상이라는 키워드를 뽑았다는 점인데, 책에서 나의 이런 변화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오늘도 적당히 만족스러운 시간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이렇게 조금씩 쌓아나가는 시간을 계속해서 갖고 싶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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