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자는 아니다. 하지만 관심이 많아 지식을 배우기 위해 지속적인 학습을 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몇 가지가 있다. 심리학과 철학은 삶에 유용한 정보가 많다. 추상적임에도 실체가 있다. 특히 하나의 도구로써 어떤 개념을 제시하여 그 개념을 안경 삼아 보면 해석이 되는 것들이 생긴다. 이전에는 미지의 것이었다면 그럴듯한 설명이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확실히 수학만큼 딱 떨어지는 느낌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현재까지 존재하는 인간의 학문의 한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껏 나를 사로잡았던 질문 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관심이 쏠린 것들이 있는데, 자연스럽게 심리학과 철학에 맞닿아있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관련 서적을 읽었는데, 마치 친구를 만난 듯 대화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새로운 언어가 많아서 읽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책을 읽기까지 굉장한 열정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관점이 비슷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무슨 말을 이어나가는지 계속 궁금해졌던 모양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 내내 내 인생을 퇴고해 왔다. 같은 결과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다음이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해 왔다. 나의 인식이 어떻게 자리 잡혀있느냐에 따라 내 인생관이 달라지고 내 인생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그중 극단적인 예시 하나가 내가 평생 '딴짓'이라고 명명하고 항상 나를 괴롭혀오던 집중력 문제를 '연구'라고 명명하고 난 이후에 바뀐 것이다. 무능력함의 극치로 여기던 나에 대한 인식의 족쇄가 철커덩하고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 즉시 나는 '절규'라는 행위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기로 했다. 정말 아이러이하게도 그 족쇄는 누가 달았는지 알 순 없지만, 아마 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족쇄라고 계속 붙잡혀 있던 것 또한 나다.
이 시점 이후부터였을까, 나는 더 이상 붙잡혀 있는 존재가 아닐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고 실질적인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주체성에 대한 갈망을 외칠 뿐이었다. 그렇게 내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상상만 하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작업을 수차례 시도해 오는 중이다. 그러한 인식의 도구들을 여러 가지 수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나의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나는 그 어렵던 질문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일차적인 답변을 얻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