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내/글싸기

공식

가랑비 2023. 11. 29. 12:04

  나는 왜 공식을 따르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어떤 사람이 와서 얘기를 해도 어떤 얘기를 해도 곧이 곧대로 하는 법이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그 공식의 편리함을 깨우치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입이 닳도록 얘기를 해대는 것에 이해도는 높아졌다. 그럼에도 곧 잘 따르는 법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는 공식을 따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깊은 내면에 강력하게 자리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지금껏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 온 신경을 모두 쓴 것 같다. 그 탓인지 내 뇌는 그것을 고민하고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공식을 온전히 따르는 것도 익숙했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그 점은 아직 만족스럽게 학습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 대신, 나만의 방식대로 끝을 보는 법을 터득했다. 꾸준히 좋아하는 것이다. 호기심으로 도전했던 것 중에서 취향이 되고, 그것이 성취가 되는 것의 순환고리를 통해 발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작업이 가져다 준 것은 내게 큰 희망이 됐다. 공식대로 사는 삶에 대한 욕구도 없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흔들리고 힘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는 공식대로 사는 삶을 '포기'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행동은 그렇지 못한 채 좀비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 들어서 굉장히 많은 포인트에서 느낀다. 성적을 잘 받고자 하면서 복습, 문제풀이 등을 제쳐두고 다른 것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어영부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두고 있는 것을 보면 또 그렇다. 물론 변명거리야 많았지만, 이제는 무의미하다. 현재 시점에서 행동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동일한 방법으로 최대 세 번 시도해서 변화가 없으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그 동안 칠전팔기에서 칠전 중에 6전의 이유는 앞선 첫번째 넘어짐에서 개선이 없었기 때문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내가 품고 있는 프로젝트인 나만프, 나만프케어에서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나 만들기'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결국 내가 그렇게 원하는 게 아니었을 수도 있었음을 이제는 받아들여볼까 한다. 적어도 그런 삶을, 그런 정체성을 갖고 살아왔다. 그게 아무리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잘 됐다. 그 결핍을 해소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모두가 원하는 잘난 모습은 이제 잠시 내려놓자. 그게 꼭 지금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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