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18 바닥의 확장

가랑비 2023. 10. 30. 08:41

  기억력이 안 좋은 것에 대한 장점은 굉장한 이점을 갖고 있다. 사람은 기억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데, 동일한 기억을 다시 떠올림으로써 처음같은 상태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기억력이라는 말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긴 하지만, 지금 언급하려는 것은 과거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이다. 미래에 시선이 가있다보면 과거를 잊곤 한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는 유독 더 그렇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좋았던 기억은 다시 복구한다. 대신 내가 원하지 않는, 후회하는 나는 과거로 묻는다. 그리고 개선을 끝마친 뒤에야 그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완전히 달라진 상태에서 마주하는 흑역사는 타격이 없다. 

 

  오늘 아침걷기는 다른 것들을 챙기느라 아쉽지만 패스하게 됐다. 등운동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등운동은 빈활당기기로 대체해야겠다. 걷기는 학교 산책으로 대체해야겠다. 

 

  어제 밤에 피곤하다고 느껴서 평소 같았다면 그냥 누워 잠들었을 것 같다. 근데 묘하게 청소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해보자. 쓰레기부터 치워보자 한 것이 없던 바닥을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비교적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을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꽤 뿌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설거지를 학습했다. 요리에 꽂힌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좋아하는, 직접 해서 먹어보고 싶은 것을 도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닭도리탕, 멘보샤, 연어 메들리 등을 해보게 됐었고 나름 칼질 속도가 늘었다.

  문제는 설거지였다. 혼자 지내게 되는 시간이 늘어나니, 대신 설거지를 못 참고 해버리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근데 또 요리가 하고 싶어 싱크대 앞에 선다. 설거지거리가 널부러져 있으니 하게 되더라.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쌓이니 도달한 결론은 요리를 마치면 바로 설거지하고 남은 음식물을 버리고 마치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이다. 설거지는 이제 어렵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다음으로는 집 청소였던 것이다. 

  집이 널부러져있는 것이 아무런 불편함을 주지 못하는 지경으로 살아온지 20년이 넘었다. 이것도 이유야 많지만 과거는 과거이고 이유를 들어 변화를 거부하고 싶은 생각은 이제 더는 없다. 청소를 하려고 해도 그 막막함에 튕겨나가 다른 것에 빠지게 되는 일을 여러번 겪었다. 공부할 때와 유사한데, 10분의 1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왜 10분의 1이었냐하면 청소는 피드백이 눈에 보인다. 내가 쓰레기를 치우고 버리면 깨끗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정리를 하면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런 것처럼 이점이 있다.

 

  청소하는 것이 강박의 수준에 도달하진 않을 것 같고, 지금 설거지의 현상 정도로 사람답게 사는 정도가 내가 원하는 지점이다. 한 번 세팅을 하고 몇 달 유지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도 독립으로 내 발로 직접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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