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14 낭떠러지

가랑비 2023. 10. 21. 16:34

  외줄타기를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어떻게 저걸 해낼까? 보고 있으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이긴 하구나 한다. 아마 그 사람은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줄을 어떻게 탈 것에만 신경쓰지,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진 않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기초부터 연습하며 익히고 그 다음 것을 노릴 것이다.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못하는 것에 메달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마음 편히 할 일들을 했다. 아침걷기, 등운동, 알바, 점심 해먹고 설거지, 밀린 빨래와 약간의 청소 등을 쉬엄 쉬엄했더니 시간이 금방 갔다. 그래도 예전만큼의 아쉬움은 아니다. 뿌듯함을 얻었고, 막막했던 청소도 점점 나의 영역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오랜만에 노래도 들었다. 웹툰도 조금 봤다. 강연도 하나 봤다. 그리고 고민 끝에 예정이었던 학교에 간다.

 

  지금껏 인생을 살아온 방식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글로 처음 옮기지만, 몇 달 전에 깨달았던 나의 인생은 이랬다. 서당개처럼 살았다. 3년 동안 무식하게 들이박으면서 겨우 풍월을 읊는 것이었다. 참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라도 따낸 것들이 있기에 천만다행이다. 어찌됐든 되는 것을 발견하니 자신감을 얻어서 더 나아갈 힘을 얻었다.

  다시 말해 지금껏 내가 얻어냈던 것들은 모두 서당개처럼 살며 겨우 얻어낸 것들이다. 시험은 특히 내신이나, 학과 시험은 이렇게 얻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내가 뚫어 온 방식의 최신 업데이트 버젼으로 계속 나아가는 중이긴 하다. 문제풀이에 집중하기다. 

  최근 장금이와 장덕의 의술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암기에 대한 내용이 오늘 봤던 강연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언급됐다. 암기를 비효율적이라 여겼던, 그래서 암기를 싫어하고 하려고 들지를 않았던 것이 나의 학업의 큰 실패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낭떠러지로 구르는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올해 들어서 암기에 대한 인식을 깨기 시작했다. 친구의 친척에게 공부 조언을 하게 되면서 암기를 싫어하는 듯 해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지 말라고 암기의 효능을 일러줬다. 여전히 나는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비스무리한 깜지는 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이긴 하다. 그리고 장덕의 가르침에서 암기가 소통의 필수적인 기초에 해당한다는 것을 봤다. 그리고 암기가 창의력의 기반이 되는 핵심이 된다는 강연을 보고 나의 학업에 큰 변혁이 이뤄질 것을 기대해본다. 더는 낭떠러지로 구르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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