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걷기를 하다보면 정말 재밌는 생각들이 많이 나타난다. 아마 아침걷기도 재밌는 것들이 없어지면 안하게 될지도 모른다. 매일 소소하게 재밌는 거리들이 계속 넘쳐나니 또 하게될 뿐이다. 100번째 글을 쓰고 난 뒤 아침걷기는 혼자임을 인지하기에 딱 알맞았다. 가족과 함께 걷기도 했지만 일종의 보너스타임이었다. 아침걷기의 이점으로 또 하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적응하게 됐던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늘 호랑이는 옆에서 가까이 보게 됐다. 그렇게 보니 또 엄청 듬직한 호랑이가 됐다. 녀석, 하체 단련을 더 하면 더욱 멋진 호랑이가 되겠구나. 물을 보러 간다. 가는 길에 하늘이 맑고 구름이 몽글몽글 부드럽게 펼쳐져있었다. 햇빛은 덜 나서 물이 비교적 어둑해보였지만 물의 흐름은 여전히 예쁘다. 눈을 감고 호흡해준다. 오늘은 유독 맑아지는 느낌이 잘 들었다. 이게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차이를 통해 잘 되는 조건을 찾고 싶어졌다.
혼자 걷는다. 걸으며 주변을 관찰한다. 감각이 자극된다. 자극된 감각은 잠재되어있던 무의식의 어떤 영역을 깨운다.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잽싸게 건져서 음미한다. 그 과정에서 재밌는 진주 같은 알맹이를 발견한다. 이 알맹이를 잘 가시화하면 나에게 재밌는 미래를 선사한다.
걷는다. 혼자 걷는다. 혼자 걷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 새삼 인지한다. 그 덕인지 열람실에 있는 것이 혼자여도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웠었는데 말이다. 집에서 있는 동안 느꼈던 결핍에 감당하기 어려웠던 감각이 열람실에서도 느껴졌었던 것도 같다. 그 어려웠던 족쇄를 이제는 어떤 이유든지 풀어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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