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100 멋

가랑비 2023. 10. 6. 09:12

  지금까지 계속해서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뽑자면 '멋짐'이다. 구체적으로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력했다. 결국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된다고 했던가. 나는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에 계속해서 다가가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계속해서 행동한다. 

 

  호랑이를 보고, 물을 보고, 눈을 감고 호흡하고, 큰산도 봐주고, 등운동을 하며 아침걷기를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디폴트로 깔고 가려고 하는 것은 '여유'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려움을 겪고 좌절하게 됐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다. 여유 있는 삶을 느껴보니 중요한 이유가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여유가 없어서 망쳐왔던 것들이 정말 많은 듯하다. 글씨체, 공부, 인간관계, 나의 인생까지 내가 원하는 그림을 망친 것은 나였다. 특히 여유가 없는 내가 스스로 망치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내가 시간이 없는가?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니다.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단지 나라는 존재가 아직 익숙하지 못해 혼란을 겪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뭔가 닥쳐있어 급해지는 것 뿐이다. 그래도 그 덕에 미래를 모르고 덤빌 수 있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제는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는 법을 배워서 해결하는 중이다. 

  여유있는 발걸음에서 시작해서 나의 템포가, 나의 페이스가 어떤 정도인지 알게 됐고, 나의 페이스에 맞춰 걷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달리기를 해봤다면 누구나 알 것이다.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달리면 끝도 없이 달릴 수 있다. 근데 조금이라도 오버되면 금새 꼬꾸라지는 것이다.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습을 통해 페이스를 조금씩 늘려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톱클래스라는 곳에서 이어령 선생님을 나다움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한 글이 있다. 거기에서 선생님은 '근사하다'라는 찬사를 언급한다. 완벽한 나는 불가능한 것, 단지 그것에 얼마나 가까워졌는가를 두고 말하는 척도로서 근사하다는 말을 썼다. 이 표현은 나에게 근사하는 삶이 얼마나 근사한지에 대해 알려줬고, 나는 멋진 삶에 '근사함'을 추가했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급해 망치는 일이 많았다.

  최근 아침걷기를 통해 나의 멋진 삶에 '여유'가 추가됐다. 그 덕에 추진력이 어마어마해졌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 꿈에 내가 압도 당해 좌절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의외로 나를 나답게, '아름답게'해주는 것이 다름 아닌 이 꿈이기 때문이다. 나의 꿈에 비해 나는 너무 초라했다. 그럼에도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여유를 갖기로 했다. 나의 템포, 나의 페이스에 맞춰 꾸준히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이 참으로 만족스럽고 즐겁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맛, 멋 손글씨. 악필로 알려진 나의 글씨가 여유와 함께 있을 땐 볼만 하다.

 

 

  멋지다라는 말, 멋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니 논리적이고 이해가 잘 되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멋이라는 단어가 맛에서 모음이 비틀어져 나타난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한다. 다랍다->더럽다, 고소하다->구수하다 등 실례로 그렇게 만들어진 표현들이 많다고 한다.

  맛은 감각이다. 다양한 맛이 있다. 맛에 대해 다양한 취향이 있다. 어원이라기 보단 비유에 가깝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을 활용해보자면, 맛처럼 멋도 비슷한 특징이 있어 보인다. 멋도 감각에 시작을 둔다. 물론 보다 더 개념에 중점이 되지만, 오히려 더 잘 들어맞는다. 다양한 멋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취향이 있다. 어떠한 멋을 멋으로 느끼는, 다시 말해 그것을 멋으로 '여기며' 좋아하는 것이다. 

 

  취향에는 어떤 것도 개입할 권리가 없다. 여기에 깔고 가는 내용은 항상 말한 것처럼, 남에게도 나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어야한다. 인생은 옳고 그름이라기보다 취향에 가깝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내가 무엇에 멋을 느끼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5919

 

이어령 ① - 톱클래스

이어령이화여대 명예교수.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언론인이자 교육자, 행정가이자 문화기획자 등 전방위를 넘나드는 통섭형 지식인.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생명이 자본이다》

topclass.chosun.com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811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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