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94 인생의 수학자

가랑비 2023. 9. 30. 11:02

  수학적인 추측인 것을 증명해내는 직업이라고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특히 고집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겠지만, 자신의 인생에서만큼은 수학자가 아닐까. 본인이 내린 정의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 정의에 기반하여 알맞는 논리들을 찾아내서 적용하고 알맞게 보이는 것들을 모은다. 그러나 수학에서는 증명이 되는 것은 있지만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니 모든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공식을 찾고 그 공식대로 살아가려는 것뿐이지 않나 싶다.

 

  오늘 호랑이를 보는데, 얘가 갑자기 새삼 석상이라는 게 체감이 됐다. 그 바닥에 네 발과 꼬리가 맞닿아 있는데, 그 바닥과 호랑이가 하나로 묵직하게 있는 게 괜히 돋보였다. 묵직함에 뭔가 멋짐을 느끼는 듯했다. 그리고 가만히 스치며 보니 혀 끝이 뾰족하다. 물을 보는데 왠지 오리가 씰룩거리며 걷고 있는 걸 보고 엄청 반가웠다. 추석이라고 선물 받는 기분이었다.

  최근 들어 바삐 움직이다보니 충분한 여유를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발걸음을 보니 지금도 발걸음이 급한 것을 알아차렸다. 바로 걸음을 더욱 편안히 하고 걸었다. 정말 편안했다. 눈을 감을 때도 더욱 여유를 만끽하며 할 수 있도록 했다. 돌아가서 등운동을 했다. 그립을 좀 더 벌려잡고, 가슴을 더 열고 했다. 새로운 곳에 자극이 들어왔고 어깨가 잘 돌아갔다.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참 궁금한 게 수학에서는 정의에서 시작해서 수많은 것들을 밝혀내는 것이다. 한치의 오차 없는 언어라는 점에서 그 수식이 증명이 된 순간은 얼마나 짜릿할까? 최근 공부를 하며 느끼는 건 내가 하는 게 정말 단순 작업이었구나 하는 것이다. 이미 다 증명이 되어 있는 내용들을 갖고 문제 풀이에 적용해서 답을 구해내는 작업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그게 이제는 내게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납득했다. 공학적 소통에 필수가 되는 기본 언어였던 셈이다. 공학수학을 배우니 다른 과목들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이 이제서야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습관처럼 인생을 대입해 보게 된다. 그러다가 자주 연결고리를 찾고 그것을 깨달음이라 칭하고 내면에 쌓아간다. 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할 때는 곧바로 글로 남긴다. 그동안 내 인생은 이미 누가 증명해 놓은 것들을 이용할 뿐이었고 적용하는 것도 급급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적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고 그 경험들이 쌓여 지금은 나만의 수식을 증명해내고 싶은 생각을 감히 가지게 됐다. 

  이를 위해 소통이 필요하고, 소통하기 위해 앎이 필요하다. 그것으로 딱 하나만 꼽아야한다면, 현재의 나의 시점에서는 '모든 사람이 수학자로 본인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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