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 67 마음

가랑비 2023. 8. 23. 10:30

  어제는 꽤 정신없을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중간에 졸리지도 않고 피곤한 느낌이 불쑥 찾아오지도 않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컨트롤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을 무사히 해낼 수 있고, 그것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 끼워서 따라오는 느낌이다. 어디서 본 글귀인,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말에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제 글을 썼다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피로가 쌓였는지, 잠시 쉬겠다고 누웠던 게 그대로 아침이 되어버렸다. 체력을 아끼지 않고 활동하게 되는 게 이런 점이 생겨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일찍 잠들었고, 일찍 일어난 것은 맞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싫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쪽이긴 하다. 아쉬운 점이라 하면 남은 몇 시간을 놓쳤다고 생각하게 되는 점이다. 그래도 그 덕에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복잡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포함하는 단어 같다. 그래도 나는 이 마음이 너무 궁금하다.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녀석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마냥 무시할 수가 없다. 마음이라는 것에 포함하는 단어들은 다양한데, 나는 최근에 집중하는 요소는 욕구와 감정이다. 행동의 동기가 되는 요소로 욕구와 감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제도 아침에 해변을 걸었다. 황홀하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이날 나를 깨워준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 자동으로 그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는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삶(현재)을 즐기라는 말에는 이런 것들을 얻을 수 있고, 이런 경험으로 얻은 에너지로 다른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지 싶다. 갑자기 파도 소리가 잠시 들렸다가 사라지는 듯 했다. 참 아쉬운 것은 이런 좋은 순간들도 그 순간에 누리고 평생 기억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욕구가 사진, 영상, 글 등을 남기게 만든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그 좋은 감정이 담긴 장면을 또 만날 수 있다. 물론 그것에 갇혀 오늘을 살지 못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또 함께 다른 좋은 감정이 담긴 순간들을 만들러 나갈 것이다. 

  오늘은 나의 일상대로 걷고 감각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는데,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따로 메모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반은 귀찮다고 느껴서, 반은 그냥 이렇게 두고 싶어서였다. 호랑이를 보고, 물을 보러 가려고 발을 떼는 순간 닿은 시선에 눈길을 끄는 화단 같은 것이 있었다. 그늘진 구석에 반듯하게 서 있는 작은 나무들이 나에게 무언가로 다가 왔다. 굳이 꿈보다 해몽을 해보자면, 그늘에 있는 나무더라도 반듯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응원을 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최근 있는 일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가족이 말하는 것에 내가 싫어하는 것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가족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했지만, 결국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발견하게 됐다. 약간의 충격을 받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존중이었다.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에 대해, "그렇구나 그렇게 느꼈구나."하는 것을 최근 계속 연습하고 있었는데 가족에게는 또 그러지 못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로 좋은 것을 더 해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물을 보러 가서, 물도 보고, 버드나무도 보고 눈을 감고 소리를 들으며 호흡도 하고 눈을 떴을 때 새가 저 멀리로 날아가는 뒷 모습도 보고 그랬다. 돌아오는 길에 등운동을 3일만에 했나, 같은 무게가 좀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3세트를 마무리했다. 돌아와서 견과류와 유산균 알약을 먹고 샤워하면서 물건들을 다시 세척하고 말리려고 뒀다. 나와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글을 쓴다. 

 

  최근 계속해서 느끼는 것은 마음이 편안해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계속해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 제일 큰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은 직접 구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계속해서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열하다가는 몇 줄을 더 쓸 것 같다.

  이 많은 것들이 전부 마음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뒷받침이 되지 못하면 어딘가 고장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좌절의 경험으로 남아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하면 된다. 대장금이 참으로 멋진 점이 어떤 일이 와도 다시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렇게 성숙하고, 성장한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기초가 됐던 것이 있지만, 나중에 다뤄보자. 대장금은 대장금만의 스토리와 상황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그 대장금의 마음에 대한 것은 지금도 적용 가능한 것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기에 지금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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