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60 아침

가랑비 2023. 8. 15. 10:57

  6시에 일어나고 싶었는데 늦게 자는 바람에 8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포인트를 하나 누적했다. 8시간은 자야지 1주일, 한 달을 컨디션에 문제가 없이 쭉 지속가능한 일상이라는 점을 또 느꼈다. 이런 식으로 포인트가 쌓여서 어느 역치를 넘기게 되면 그것은 나의 뿌리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것은 웬만한 것들로는 뽑히지 않는 내가 '선택'한 나를 만드는 기저가 된다.

  이번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게 시작했다. 광복절이었기 때문에 태극기는 현물로 달기는 어려워도 카톡 프로필에 걸고, 만세 삼창을 했다.

"대한 독립 만세!"

  이렇게 아침을 맞는 것은 나의 개인사를 보면 대단한 일이지만, 세월을 넓혀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의 역사의 흐름을 보자. 이 아침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나는 이것을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 희생에 감탄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 개인사의 관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둘은 공존하는 것이고, 내가 아침에 이렇게 일어나는 일조차 감사한 일이자 대단한 일이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알람을 맞췄다. 6시와 8시에 알람을 맞췄다. 슬슬 6시에 일어나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6시에 일어나고 싶어 하는지는 다음에 다루겠다. 하지만 역시 피곤함을 느꼈고, 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더 누워있었다. 그러니 더 잠에 들었다. 8시에 일어나게 됐고 정신은 들었지만 10분 더 누워 있었다. 그리고 슬슬 일어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창 밖에 대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로 만세 삼창을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밖에 나가자마자 행인과 눈을 마주친 듯하여 그냥 집에서 하기로 했다. 집에서 만세 삼창을 외치고 나니 처음엔 별생각 없다가, 다음엔 창피하다가, 마지막엔 뭉클했다. 

  외침을 마치고 폰과 우산을 챙겨 나왔다. 바로 호랑이를 보러 갔고, 오늘은 뒷모습에서 봤다. 오늘따라 왜소해 보인다 했더니 뒤에서 보면 그런 느낌이다. 그러고 앞으로 가서 봤는데, 오늘은 수염과 코가 보였다. 수염도 마감이 섬세하게 되어있구나 싶었다. 볼 수록 작품이지 싶다. 그리고 물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는 별일 없었지만, 오늘은 광복절 기념으로 팔각정에 가고 싶어졌다. 물을 보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해주고, 버드나무 한 번 봐주고, 갔다. 가는 길에 조성이 잘 되어있어서 들꽃 같은 것들이 많이 피어있는데,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게 작고 귀엽다 느꼈다. 어제도 아침에 봤던 꽃 말고도, 지나가는 길에 신기하게 피어있는 꽃을 발견해서 사진으로 남겼는데, 흰색이었던 꽃이 물 옆에 있는 꽃은 짙은 분홍색이었다. 신기해서 찍으려고 보니 꽃이 정말 다양하게 있는 것을 알았고 눈에 주욱 담아주고 걸어갔다. 그리고 팔각정에 도착해서 강아지들이 변도 보고 보호자가 치워주는 것도 보고 뽈뽈뽈 돌아다니는 것도 봤다. 그리고 저 멀리서 오리가 멋지게 전투기처럼 물에 착륙하는 것도 봤다.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재밌다. 그리고 팔각정 안에 있으면 뭔가 아쉽다. 그래서 밖에 나와 의자에 앉아서 팔각정을 봤다. 나는 팔각정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한국적임이 보고 싶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놓여있는 조선시대 역사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개글들을 봤다. 그리고 등운동을 다시 깔짝거리고 돌아왔다. 

 

  아침에 일상을 지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상당히 기분이 좋다. 돌이켜보니 밥 해 먹고, 청소하고, 운동하는 것 등을 남의 일로만 생각해 왔던 게 아닐까 싶다. 귀찮아한다는 것이 흥미가 없는 일에 힘들기만 하니 재미가 없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면 아기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일들이 성인이 된다고 안 귀찮다고 자연스레 여겨지는 것이라기보다, 훈련을 거쳐서 익숙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상을 지키는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고 아침을 맞이하는 작업으로 일상을 지키는 것이 나에게 큰 에너지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사에 머물지 않고 감사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역사에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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