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58 무기력함

가랑비 2023. 8. 13. 13:02

  눈을 뜨기 싫은 날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커서 아침을 기다리게 된 것은 수영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그 뒤로 아침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는 것을 학습했다. 수영 이외에도 많은 일들을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일로 만들었다. 그 뒤로는 무기력함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 문제는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것 같다. 간혹 무기력함에 무작정 노출이 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이렇게 되면 나의 상태는 거의 자아가 상실된 수준으로 있는 듯하다. 사실상 지난 수년간 이런 상태로 살아왔던 모양이다. 당시엔 그게 디폴트였고, 다른 상태를 경험해 본 적이 드무니 마치 그게 '당연'한 듯 지냈다.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을 긴 세월에 걸쳐 겨우겨우 더 나은 상태를 경험했다. 그제야 '아 내가 힘들었던 거였구나' 했다. 

 

  이번 아침걷기는 오랜만에 흥미로운 시간들이 많았다. 호랑이 혀가 어두운데 아마 먼지겠지 하고 추측했다. 무늬 부분만 매끄럽게 가공되어 있고 나머지는 울퉁불퉁한데 털과 무늬의 질감 표현을 잘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물을 보러 가는 길에 달팽이가 잎에 매달려 자고 있는 것을 봤다. 내가 다른 면을 보고 싶어서 건드렸더니 눈이 삐용하고 튀어나와서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굉장히 웃기고 귀여웠다. 가만 내버려 두니 다시 들어갔다. 다시 잠에 들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잎 옆에 특이하게 피어난 꽃을 봤는데, 잎같이 생긴 모양에서 꽃이 열렸다. 꽃봉오리가 마치 잎같이 생겼다. 기분이 좋아졌다. 요새 동네에서도 잠자리가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물 보러 간 위치에서 어제 본 새와 똑같이 생겼는데, 깃만 없다. 아마 암, 수 이겠구나 싶다. 보통 화려한 게 수컷이라 하니, 깃이 있는 녀석이 수컷이겠구나 싶다. 구경하고 있으면 은근히 재밌다. 약간 자연의 먹방을 보는 느낌이다. 오늘도 버드나무는 고요하게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호흡도 해줬다. 선선하니 기분이 좋았다. 돌아와서는 운동을 시작했다. 아마 이 과정에서 손목에 문제가 생겼는지 돌아와서 식사 준비를 위해 칼을 썼던 것도 영향이 있는지 기분 나쁘기 시작할 통증이 조금씩 다녀간다. 조치를 취해야겠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에 드는 것은 굉장히 큰 편안함을 준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몸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것을 믿고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에 들 수 있다. 이번에도 평온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잠을 들면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잠만 채울 수 있다. 필요한 만큼 잤다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이런 방식들이 익숙해지다 보면 건강이 디폴트가 되어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건강해지기 위해 그 어떤 마찰도 생기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침이면 어제 했던 결심, 각오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리셋되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글을 매일 쓰다 보니 나의 결심, 각오 등이 다음 날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듯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다 보니 피통이 점점 커지면서 정신력도 늘었다. 눈을 뜨면 폰부터 확인하고 누구에게 연락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한 걸음 여유가 사라지게 된다. 연락이 온 게 있으면 그것을 처리하느라 온 에너지를 다 쓰게 되어버린다. 하루 계획이 없는 상태로 당장 눈앞에 일이 닥치게 되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온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는 듯하다. 그리고 sns, 짧은 영상 등으로 시선을 뺏기게 되는 수순을 밟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없으면 없는 대로 위험할 수 있다. 연락이 오진 않을까 기다리게 되는 순간 답장할 것도 없는데 습관처럼 폰을 껐다 켰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침에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어제를 기억한다. 어제의 오늘을 기억하고, 오늘을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오늘이 있으면 그것을 선택해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한다. 결국 행동이다. 돌고 돌아서 결국 무기력함을 없애는 것은 다름 아닌 행동이다. 이것에는 모든 것이 포함이 된다. 내가 주장하고 있는 독립을 위해 필요한 나를 돌볼 수 있는 능력 4가지인 운동, 밥, 잠, 마음은 결국 모두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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