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45 걷기, 관찰, 감각, 호기심, 질문, 아이디어, 다음 단계

가랑비 2023. 7. 29. 08:26

  오랜만에 글을 쓴다.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마치 한 달 동안 글을 안 쓴 듯한 기분이다. 그만큼 나의 삶에 잘 침투하고 자리를 잡았던 것이구나 싶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고 싶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하는 것, 매일 하고 싶으면 매일 하면 되고, 뜨문뜨문이라도 하고 싶으면 그러면 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제를 달아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색인 역할이 되어 다시 볼 때 유용하다는 점을 생각하고 부제를 달았다. 그러고 글을 쓰다 보니 내용과 흐름이 더 조리 있게 되는 것도 느껴서 장점은 확실했다. 다만, 내가 글싸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아침걷기와 글싸기를 구분하고자 한다. 앞으로 아침걷기에서는 글싸기의 키워드 나열 정도 수준의 마중물 역할까지만 하는 것으로 해볼까 한다.

 

  이번에 글을 쓰게 된 것은 특별한 동기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 동기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자, 나에게 큰 힘이 되는 원동력임을 새삼 느꼈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감사하는 이유라 한다면, 난 글을 쓰고 싶다. 아침걷기도 계속하고 싶다. 아침걷기는 계속했지만, 글을 쓰는 것에 조금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글을 쓰게끔 해주는 자극이 들어오면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좋다. 이런 구조가 내가 지향하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순환에 대한 내용은 아직 많이 러프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작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 

 

  걸었다. 눈이 굉장히 피로했는지 잘 안 떠졌지만, 몸은 멀쩡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몸을 일으켰다. 마음 같아서는 폰도 두고 나가고 싶은데, 쓸 데가 있다 보니 들고나간다. 관찰 대상이 있을 때 카메라를 쓰기 위해,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위해,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폰을 쓰게 됐다. 그러다 보니 들고나가게 된다. 이전에는 바로 나가야지 하고 나가서 두고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디어를 까먹을까 봐 계속 머릿속으로 되새기면서 돌아왔는데, 그 와중에 또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자꾸 추가 돼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한 번 다음에는 그냥 폰도 두고 가봐야겠다. 

  관찰했다. 호기심이 드는 것에 집중한다. 떠오르는 질문이 있으면 던져본다. 붙잡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관찰에는 단순히 시각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나, 시각적인 정보를 얻는 게 많다. 촉각, 청각으로 얻는 정보도 꽤 있고, 좋다. 오늘은 시각적인 것 위주였던 것 같지만, 나열해 보자. 빛이 화창했다. 까마귀가 낮게 날았고, 지속적인 울음을 들었는데 목이 쉰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를 보러 갔는데, 다리 사이로 벤치가 보인다. 오늘은 어르신 두 분이 앉아계셨는데, 내 쪽을 쳐다보면서 "호랑이..."라고 뭐라 말씀하시는 걸 보니 내가 주의 깊게 보는 것이 뭐 하는 행동인지 설명하시는 거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여느 때와 다른 점을 보고 있었는데 처음 본 나방이 호랑이 다리에 붙어있는 것을 발견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정갈한 색과 모양의 날개를 가진 나방이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건물 안 주차장은 불이 꺼져있는데 그 너머로 또 빛이 화창하게 들어오고 있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빛, 어둠, 빛 순서의 액자식 구성인 게 색달랐다고 해야 하나. 물을 보러 이동했다. 보러 가는 길에 생각하느라 관찰을 못한 것 같다. 도로 가에 풀들을 보고 있었는데, 휘어진 젓가락을 발견했다.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가는 길에 휘어진 젓가락이 이런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이 얼마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풀잎 위에 파리가 앉아있는 것도 봤지만,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물 보는 위치가 있는데, 거기에 서서 물을 보고, 저 너머를 조금 봐주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한다. 휴식을 가진다. 정말 3초라도 해도 회복을 얻는 느낌이다. 적당히 한 거 같으면 돌아간다. 운동기구 깔짝이러 간다. 어깨 등 운동기구를 매번 하게 되는데, 오늘 처음 왼쪽 날개뼈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관찰, 호기심, 질문, 아이디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재밌어한다. 늘 새롭고 늘 짜릿하다. 정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고민이다. 글싸기에 걸맞게 메모 날 것 그대로 올려볼까도 생각이 든다. 키워드를 먼저 나열해 보자. 최근 나의 경험들을 통해 얻었던 성장이 이뤄졌던 영역인 경청과 공감 그리고 이해에 대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그리고 자연의 불규칙함이 나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이것이 자율성이 확보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운동기구를 깔짝거리며 내 왼쪽 날개뼈의 움직임을 느꼈고 이 부위가 살아났구나 하는 감각이었다. 바로 글싸기로 넘어가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새어 나온다. 흥미로운 다음 단계들을 발견한 게 오늘 세 가지나 있었으니 나는 오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오늘도 새롭게 글의 구성을 만들어 봤는데,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마치 인테리어를 새로 한 느낌이다. 역시 또 느끼지만, 글쓰기만큼 나의 감정, 욕구 등을 포함한 내면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도구는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정말 가성비 좋은 효율적인 도구이다. 앞으로도 이런 도구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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