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프/아침걷기

아침걷기46 새벽

가랑비 2023. 7. 30. 06:21

  아침에 이른 시각에 일어나다 보면 자연스레 밤에 기절하듯 잠들게 된다. 잘 때가 된 것이다. 그거를 버티고 늦게까지 안 자려고 하다가 몸이 못 버티는 셈이다. 이걸 이제는 받아들여야겠다. 어제도 밤에 많이 졸린 듯해서 잠깐 쉬어야지 하고 누웠다가 오늘 4시 30분에 일어난 것이다. 그 덕에 밝게 해가 떠 있는 아침에는 볼 수 없었던 것도 경험하고 재밌었다. 어제도 느꼈지만, 아침걷기는 45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그래야 어제 제목처럼 그 과정이 만족스럽게 이뤄지는 최소치인 것 같다. 

 

  오늘 눈을 뜨고 어둑해져 있길래 느낌이 싸했지만, 눈을 감을 때쯤에도 어둑해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설마 하면서 시간을 봤다. 4시 30분이었다. 어제 남아있던 할 일들이 싹 지나갔다. 급하게 달려들었어도 됐지만, 지금 당장부터 나의 템포를 지켜야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일단 폰과 우산을 챙기고 나왔다. 별생각 없이 나왔는데, 완전 어두워서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바라던 그림이었기 때문에 금세 기분이 좋았다. 살짝 눈의 피로가 남아있던 터라 눈에 부담도 적었던 거 같았다. 

  바로 호랑이를 보러 갔다. 오늘은 역시 예쁜 날개의 나방 친구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가까이 간 상황에서 고개를 들어 호랑이 머리를 봤는데, 새벽하늘과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호랑이에게 약간의 여유를 눌러주고, 물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할 일들이 생각이 잠깐 났다. 아침걷기 하는 동안에 생각해도 되지만, 아침걷기에 집중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아침걷기에 집중하게 됐다.

  살짝 빠르게 걸어서 신호등이 켜지는 타이밍을 맞춰 건너면 금방 물 보는 곳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특이하게 생긴 조명을 발견하게 됐다. 새벽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조명이다. 도착해서 물을 보는데 새벽하늘과 물의 조화도 아주 좋았다. 이쯤 되면 내가 그냥 새벽하늘이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둑해서 새인지 긴가민가 했는데, 그림자 진 걸 보니 새일 것이다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서 확대했더니 맞았다. 그래서 새를 쭉 찍었는데, 점점 내 쪽 방향으로 걸어 내려오길래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좋았다.

  오늘은 특별한 아이디어들은 없었던 것 같았다. 새로운 관찰 경험이 가득해서 음미하느라 바빴던 모양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난데없이 안경에 벌레가 붙었길래 화들짝 하고 벗어 보니 개미였다. 나무에서 떨어졌는 것 같다. 누가 말해주기로는 나무에서 바람 타고 이동하려고 하는 거라는데 왜 그렇게 이동하려고 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매미가 바닥에 있길래 죽었나 하고 우산으로 건드려 봤는데, 파라락 하고 날아가 낮은 풀에 매달렸다. 곧 죽겠구나 싶었다. 개미 떼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죽은 애들이 먹이로 되는 거였구나 연결이 됐다.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날아다니는 매미가 개미들한테 잡아먹히고 있을까 의문을 1초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얼마 안 가서 말매미를 봤다. 아까 봤던 매미는 참매미였을 거다. 말매미도 바닥에 있길래 또 건드렸더니 이번엔 뒤집혀서 바라락 하고 다리를 움직이길래 우산을 갖다 대줬더니 잡더라. 그래서 나무에 붙여줬다. 안녕. 

  그러다 보니 금방 운동기구 쪽에 도착했다. 계속 준비운동으로 무게를 잡고 실제로 당길 땐 낮춰서 했었는데 오늘은 삘이 그대로 당겨도 될 것 같길래 준비 마치고 바로 당겼다. 적당히 잘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오늘도 최고의 깔짝거림이었다. 다음에는 좀 더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 내가 원하던 모험 느낌의 삶을 살고 집으로 들어온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니 이미 내가 원하는 하루를 살게 된 셈이다. 그리고 하루의 일상을 지켜내는 삶을 살고 그 남은 시간들로 일과를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새 들어 다시,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매일매일 나의 하루는 만족스러운 하루로 마무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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