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어나기가 쉽지는 않았다. 원했던 일어나는 시간은 8시 30분~9시 30분이었는데, 10시 좀 넘어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근력 운동 탓에 몸이 회복이 더 필요한 상태인 것일 수도 있다. 요 며칠 약간의 고양된 컨디션으로 집중력이 높아진 채로 한 이틀 살아서 그런지 머리와 눈이 피로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30분 단위 알림으로 좀 더 잔다기보단, 좀 더 누워서 쉬자는 느낌으로 시간을 살짝 확인하면서 쉬었다. 이렇게 하는 게 다행히 나에게 어떤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고 내 시간 관리하는 느낌으로 보고 잘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왜냐면 아침에 일찍은 못 일어나도 너무 늦게 일어나는 것보단 시간 체크하면서 더 쉬다가 괜찮아질 때쯤 일어나는 게 나에게 덜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가 되어서 일어나는 것만큼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게 없는 모양이다. 이것도 일종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좀 더 상세하게 다뤄도 좋겠다. 다음에 다뤄보겠다. 다시 돌아와서, 10시쯤 일어나서 더 쉴지 말지 고민 끝에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호랑이석상보단, 10시가 넘었기 때문에 오픈했을 도서관이나 카페가 먼저 생각이 났다. 확실히 열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카페를 먼저 들렀다. 안내 표지에는 10시 오픈이라고 되어있었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시 보니 11시라고 되어있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10시 40분인데 다행히 열려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들어가서 바로 눈에 띈 것은 피아노! 뭔가 심상치 않다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그 옆에 놓인 공지글 같은 것들을 살펴보니, 교회가 코로나를 겪으며 카페로 바꾼 것이다. 일요일에는 교회활동만 하는 이유가 이제 알게 됐다.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안 쪽에 누가 계신 거 같아서 들어가서 피아노 쳐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일단은 그냥 나왔다. 아주 깔끔해서 여기서 공부하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외부 일정은 없는 날이다. 그래서 맘 놓고 편히 누워서 쉬다가 일어났다. 이렇게 쉬는 게 진짜 필요하다. 회복을 해야 힘을 내서 다시 할 일들을 해낼 수 있다. 물론 나는 지금까지 나의 회복에 많이 집중을 해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못했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할 것 아니냐는 심산이었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지만, 정말 다행히도 현재의 나는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회복을 했고, 나의 깊은 내면에 박혀있던 고장 난 마음을 발견해서 탈바꿈시키는 중이다. 그중에 하나가 정말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잠식해 있던 패배에 절어있는 사고방식이었다. 어제 이것을 뿌리까지 발견한 느낌을 얻었는데, 조만간 좋은 순간을 마주할 것 같다. 이 내용도 따로 다뤄보겠다.
돌아와서, 도서관카페도 지나가면서 살펴봤는데, 다시 보니 도서관은 평일 9시에 운영이더라. 들어가서 구경했던 공간도 도서관이었던 것이고 카페는 그냥 한편에 있었던 거다. 이런,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을 써보고 싶었던 것이지 카페를 원했던 것은 아니어서 뜻밖의(?) 희소식을 발견했다. 이렇게 직접 경험해 보거나, 자세히 알아보지 않으면 잘못 알게 되는 게 많구나를 새삼 또 느낀다. 이때쯤 생각이 나서 호랑이 석상 보러 갔다. 비가 와서 웃긴 걸 발견했다. 배 밑 쪽에 물이 고여 있어서 오줌 싼 것처럼 보여서 호랑이가 친근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또 궁금해진 게 호랑이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하는 것이다.
어젯밤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트루먼쇼 마지막 대목쯤에서 나온 날씨 같았다. 거친 비바람에, 저 멀리서 수도 없이 번쩍이는 번개, 뒤이어 들리는 천둥 내가 역에서 나온 순간 이후 얼마 걷지 않은 시점에서 갑자기 쏟아져서 이런 비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좋은 기분이 들진 않았었는데 어째선지 무난했다. 이런 감각도 나한텐 꽤 좋은 변화라고 느낀다. 이랬던 어제를 기억하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가 쨍쨍하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다들 비 조심하라는 연락을 돌린 게 쑥스러워질 정도다. 그래도 이후에도 계속 비가 온다고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